▲10일 인천의 한 주유소가 '요소수 없음'을 써붙여놨다.
신나리
"하루에 적게는 2시간 많게는 4시간씩 요소수를 사려고 대기하다 보니까 결국 잠자는 시간이 줄어들어요. 보통 오전 3시에 일어나서 지역에서 화물을 싣고 새벽에 인천까지 올라오거든요. 요소수 걱정이 없을 때는 오전 10시 이내에 1차 운행을 마치는데, 지금은 불가능하죠. 고속도로 주유소에 줄을 서서 요소수를 넣어야 하니까요."
인천항에서 충남 당진, 경기도 의정부 등으로 화물을 운반하는 박경수(55)씨는 "비교적 단거리를 다니는데도, 매번 주유소에 들러 요소수를 사느라 하루 2시간 이상을 소비한다"면서 "생계가 달렸으니 운행 횟수를 줄일 수 없어서 잠을 줄였다"라고 말했다. 김종필씨 역시 "요소수 대란이 일어난 이후 잠을 제대로 자본적이 없다"면서 "몇 시간씩 대기하고도 요소수를 못 구하면 불안해서 잠이 오지 않는다"라고 하소연했다.
요소수 대란의 또 다른 문제는 화물노동자의 피로가 누적된다는 점이다. 화물노동자의 과로는 정부가 '2시간 운전, 15분 휴식'이라는 법정 휴게시간을 정해놓을 만큼 고속도로 교통사고 예방에 중요한 부분이지만, 상당수 화물노동자들은 '요소수 대란'으로 인해 수면 부족을 호소하는 상황이다.
조정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화물연대 인천지역본부 사무국장은 "화물노동자의 과로는 안전과 직결되는 일이다. 이들은 장시간·고강도·고위험의 노동을 하는만큼 안정적인 수면시간이 누구보다 필요하다"라면서 "요소수 대란 이후 졸리고 피곤해서 운전하기 힘들다는 말을 하루에도 몇 번씩 듣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들은 예상치 못한 '요소수 대란'을 겪은만큼 이후 요소수와 관련된 정부의 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정부가 중국·호주·베트남 등에서 확보한 요소수의 판매처를 주유소로 일원화 한 조치를 이후에도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앞서 정부는 11일부터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요소수 '긴급수급조정조치'를 시행하며, 요소수 판매업자가 주유소에만 요소수를 납품할 수 있도록 했다. 이전까지 요소수는 판매처의 제한이 없었다.
김종필씨는 "최근 고속도로 갓길에서 탱크를 가져다 두고 요소수를 판매하는 업자를 많이 봤다. 부르는 게 값이라 10만원 넘게 주고 요소수를 샀다는 사람들도 많았다"면서 "이게 불법도 아니라 신고해도 도로교통법 위반 딱지만 떼는 수준이다. 요소수가 안정적으로 공급·판매 하려면 기름처럼 주유소에서만 팔 수 있어야 한다. 요소수가 공공재라는 걸 이번에 확인하지 않았느냐"라고 되물었다.
조 사무국장 역시 "코로나 초기 당시 마스크 대란이 있지 않았나. 하지만 정부가 나서서 마스크를 비싸게 파는 사람들을 감시하고 신고하도록 했다. 요소수 역시 판매처를 일원화하는 등 정부가 직접 개입해 관리·감독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민연홍씨는 11일에도 '요소수 부족'을 걱정하며 전라도와 부산으로 향했다. 오후 2시에 인천항 인근 주유소에 요소수가 들어온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운행시간과 겹쳐 요소수를 넣지 못했다.
그는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지금 딱 이틀 분량의 요소수가 남아서 새로 채워야 하는데, 마침 오늘 정부가 한 번에 최대 30ℓ만 구매할 수 있도록 조치한다고 들었다"면서 "대형 화물차는 길어야 2~3일밖에 못 쓰는 양이다. 요소수를 넣기 위해 다음 운행을 포기하며 줄을 서야 하는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공유하기
화물차 운전사들의 호소 "요소수 사려고 2시간 줄서, 수면 부족"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