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서, 이지우 5학년 학생은 지난 봄 손 모내기 행사에서 직접 심었던 벼를 수확한 쌀로 떡을 만들었다.
최육상
모자를 눌러쓴 사이로 희끗희끗한 머리카락이 보이는 한 주민이 초등학생과 즐겁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조심스레 '학생이 누구냐'고 묻자, 박동현(66)씨는 "아들이에요, 손자 아니고 아들"이라며 웃어 보였다.
박씨는 "큰 누나가 서른여덟 살, 둘째가 서른여섯, 막내는 재혼해서 쉰아홉에 낳은 아들"이라면서 "어딜 가도 저를 할아버지로 보고, 막내가 큰 누나하고 다니면 '엄마, 엄마' 한다"고 웃었다.
박시원(1학년) 학생은 "아빠가 나이가 많으시지만 상관없다"면서 "아빠가 정말 잘 해주신다"고 말했다.
여기저기 인절미 떡고물 흔적 남긴 '가래떡 데이'
박붕서 교장은 "전교생 39명 중에 19명, 절반 가량이 다문화가정 학생이지만 모두 여기(복흥면)에서 태어난 아이들"이라고 말했다.
교사들은 가래떡과 인절미를 담은 포장 그릇에 한 명 한 명 학생들 이름을 적었다. 마스크를 쓴 학생들은 유명제과업체의 과자 대신 직접 모내기한 친환경 쌀로 만든 가래떡과 인절미를 손에 들고 행복해했다.
농업인의 날, 가래떡 데이는 강당 여기저기에 인절미 떡고물의 흔적을 남겼다. 강당을 나오는 길, 쩍~쩍~ 떡메 치는 소리가 따라왔다. 가래떡을 한 입 베어 물었다. 가래떡은 아직 온기를 머금고 있었다. 입에서도 쩍~쩍 떡 씹는 소리가 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