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8군 하사관이 가장 나이 어린 중학생 정도의 인민군 소년병 포로를 심문하고 있다(인민군 포로의 이름은 김해심, 가운데 통역비서의 이름은 이수경으로 기록돼 있었다. 1950. 8. 18.).
NARA / 박도
그렇기 때문에 이번에 나온 박도 작가의 신작 장편소설 <전쟁과 사랑>은 매우 의미가 크다. 박도 작가는 한국전쟁 당시 가장 최악의 전투 중의 하나로 평가받는 낙동강전선 다부동전투을 중심으로 해서 거제도 포로수용소 등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이 소설은 한국전쟁의 전투 과정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1953년 7월 정전협정을 통해 전투가 중단된 후 분단고착화가 이뤄지는 과정을 다룬다는 점도 중요 포인트다. 이것은 한국전쟁의 포성이 1953년 7월 멎었지만, 전쟁의 영향은 막대하고 전쟁이 남긴 커다란 고통과 상처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와 같은 소설의 시간은 현재의 관점에서 한국전쟁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작가는 이 소설에 전쟁이 인간에게 가하는 신체적, 정신적 파괴와 상처에 대해서 가슴 아프도록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다. 사람이 다치고 죽는 과정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 즉 이산의 고통까지 이 소설은 전쟁의 참상을 생생하게 담고 있다.
동시에 작가는 사랑과 희망을 향한 인간의 숭고한 의지를 이 소설 속에서 강조하고자 했다. 전쟁은 모든 악이자 비극의 집결체로서 인간의 기본적인 삶 자체를 파괴하기 때문에 불가항력적인 대상으로 보이기 마련이다. 그런데 그런 전쟁 속에서도 인간은 사랑과 희망을 향한 강인한 생명력과 인류애를 보여주곤 한다. 제2차 세계대전을 소재로 한 여러 문화예술작품에서도 그와 같은 내용은 많이 발견된다. 박도 작가는 한국전쟁을 소재로 한 이 작품에서도 이와 같은 이야기를 담았다. 필자는 이 점에서 이 소설을 높이 평가한다.
필자는 이 소설을 읽으면서 그동안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했던 냉전이라는 개념과 용어에 대해서 냉정한 재평가와 재규정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이르게 됐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사이의 체제와 이념에 따른 대립이 미국과 소련이라는 각 진영의 지배패권국가를 중심으로 형성된 국제질서를 냉전(cold war)체제라고 한다. 냉전은 글자 그대로 군사적 대립과 긴장이 상존했지만 열전이라고 할 수 있는 전쟁은 없는 상태를 뜻하는데, 이것은 유럽에서만 해당되는 말이다.
유럽과 달리 동아시아지역은 한국전쟁과 베트남전쟁에서 보듯 양 진영 사이의 대립이 대규모 전쟁으로 이어졌기 때문에 이를 단순히 냉전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본다. 더욱이 한국전쟁의 경우 정전협정 체결 이후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하지 못한 결과 불행중 다행으로 전면전이 재발하지는 않았지만 그대신 군사적인 대치와 충돌이 끊임없이 이어지기까지 했다.
이것이 과연 유럽에서 경험한 냉전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을까? 그렇게 볼 때 냉전(cold war)이라는 말이 지극히 서구적인 관점의 개념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필자는 이 소설을 읽으면서 이 생각을 하게 됐다.
한국전쟁은 그 역사적 깊이와 무게로 인해서 지금까지도 우리 삶에 막대한 영향을 주고 있다. 그럼에도 위에서 설명한 이유로 인해 여전히 많은 내용들이 제대로 정리되지 않고 있다. 또한 전쟁이 남긴 교훈에 대해서도 아직 제대로 된 성찰과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다만 중요한 것은 다시는 이와 같은 참혹한 전쟁이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하고, 전쟁의 구조적 원인이 되는 각종 문제점을 조속히 해결해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필자는 이 소설을 읽으면서 이와 같은 생각을 더욱 하게 되었다. 그렇게 볼 때 이 소설처럼 전쟁을 소재로 한 문화예술작품은 보편적인 인류애와 평화에 대한 간절한 염원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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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학 박사이며 연세대학교 김대중도서관에서 사료연구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김대중에 대한 재평가를 목적으로 한 김대중연구서인 '성공한 대통령 김대중과 현대사'(시대의창, 2021)를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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