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서울시 숙의예산민관협의회 회의 자료 공개 현황(2021.8.)
함께하는시민행동
다음으로 모니터링단이 주목한 부분은 회의 내용 및 결과의 공개입니다. '서울특별시 시민참여예산제 운영 조례'에 의하면 위원회의 회의록을 시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하도록 되어있고, 숙의예산심의회 회의 수칙에서도 숙의 내용의 기록과 결과보고서를 공개하도록 되어있습니다.
운영계획에서도 시민들이 손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숙의 전 과정을 공개하는 것을 중요한 운영방향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전체 114회의 회의 중 회의록은 37회, 결과보고서는 28회가 누락되었음을 확인하였습니다.
자료 누락만이 문제가 아닙니다. 결과보고서에는 숙의 과정과 결과에 대한 내용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있을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한 장 짜리 내용 없는 결과보고서들이 너무 많았습니다. 이는 서울시에서 결과보고서를 형식·내용에 대한 기준 없이 자의적으로 작성하였기 때문입니다.
시민참여예산이라는 제도가 예산 편성 등 그 과정에서 재정운영의 투명성을 제고하는 것이 하나의 큰 목적이라는 점에서 상세한 숙의 과정을 확인할 수 있는 회의록과 결과보고서가 누락되고 불성실하게 기록되고 있다는 점은 숙의 과정에 참여하지 않은 시민들의 입장에서 그 과정에 대한 신뢰를 악화시킬 수밖에 없습니다.
공무원이 선정한 사업에 대해서만 숙의하도록 설계된 과정
마지막으로 확인한 부분은 '숙의형'사업 선정 및 숙의 과정입니다. '숙의형'사업은 전체 시민참여예산 규모인 1조에서 9300억을 차지하고 있는 부분으로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기존 서울시의 계속사업 중, 예산과정에 시민이 참여하여 예산에 대한 숙의‧공론‧설계를 하는 부분입니다. 서울시 1년 예산인 약 40조에서 숙의를 진행할 9300억을 선정하여 이에 대해 숙의를 진행하게 됩니다.
시민위원들이 기존 서울시의 모든 사업에 대해 정확히 알기 어렵습니다. 그러므로 서울시 공무원들이 해당분야(실국)별 주요 사업 및 예산 현황, 주요 정책 추진 방향을 설명해주고, 이를 바탕으로 숙의예산민관협의회가 숙의 대상 사업을 선정하도록 되어있습니다.
하지만 실상 과정을 들여다보면 서울시 공무원들이 분야별 숙의 규모에 맞는 사업을 사전에 결정하여 해당 사업들에 대해 이의 없으면 숙의 대상으로 바로 선정하거나, 시민의원들의 질의 사항이 있으면 이에 대한 답변 후 숙의된 것으로 의결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즉, 숙의 대상 선정 및 숙의 진행과정에서 시민의원들은 해당 분야 공무원들의 정해놓은 사업과 사업의 구상 방향에 대한 '의결 도구'의 구실을 할 뿐이었습니다.
이처럼 시민위원들이 '도구'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정보의 비대칭에 따라 시민위원들은 전문가인 공무원들의 선택에 동조할 수밖에 없고, 이에 대한 이의를 제기할 충분한 자료와 시간이 제공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은 방식 숙의가 진행되었음에도 '서울시의 예산 중 1조 원을 시민 숙의를 통해 결정하였다'라고 하기에는 부끄러움이 앞섭니다.
서울시는 지난 10년간 참여예산을 시행하면서 그 규모를 크게 확대하여 재정운영의 투명성과 재원 배분의 공정성을 제고하고, 시민들의 참여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장을 마련하였습니다. 그러나 제도 운영의 확대를 위해서는 의사결정권자로서의 시민들의 실질적 참여가 보장되어야 합니다. 확실한 제도적 보완을 통해 시민들의 실질적 참여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허울뿐인 참여예산제도가 되고 말 것입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2
예산감시운동, 정보인권운동, 좋은기업만들기 운동을 중심으로 개인과 공동체가 조화로운 사회를 지향하는 함께하는 시민행동입니다.
공유하기
서울시 예산 1조 원을 시민들이 결정? 부끄럽다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