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일 다리에 선 이주노동자들.
김호세아
지난 7일 오후 11월 치고 꽤 따뜻한 날씨였다. 전태일 다리에 들어서자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보였다. 먼저 온 가족센터에서 일하는 이주여성 통번역사와 이중언어 코치들도 만났다. 오랜 시간을 이동해서 행진에 참여한 이주여성도 있었고 자신의 조카들을 데려오기도 했다. 아이들도 다문화가족의 자녀였다.
이주여성 조합원들에게 전태일 동상 앞에서 그가 누구인지 설명해드렸다. 한국 땅에 서 있는 모든 노동자들은 그에게 빚을 지고 있다.
오후 2시, 행진에 앞서 '전태일열사 51주기 이주노동자 기자회견'이 진행되었다. 이날 크게 세 분야의 노동자 그룹이 행진에 참여했다. 이주노동자노동조합의 제조업, 지구인의 정류장에서 함께 온 캄보디아 농업 노동자. 이 두 그룹은 대부분 고용허가제라는 제도를 바탕으로 한국에서 노동을 하고 있다. 고용허가제가 이주단체와 노동계에서 문제가 많은 제도로 손꼽히는 만큼 이와 관련된 다양한 피켓도 볼 수 있었다.
마지막 한 그룹은 귀화자나 결혼이민비자(F-6)등으로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통번역사나 이중언어코치 등의 업무를 수행하나 선주민들과 달리 차별적임 임금을 받으며 사회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이주여성 노동자들이었다.
코로나 재난 상황 하에서 이주노동자들의 귀국이 늘고 신규 이주노동자 입국이 거의 중단되면서 산업현장 곳곳에서는 이주노동자 부족으로 아우성이라고 한다. 중소영세 제조업체, 농축산업, 어업 등 이주노동자가 주로 일하는 업종을 가리지 않고 생산의 타격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재난 상황이 되어 이주노동자가 부족해지자 비로소 이주노동자가 그동안 한국사회에서 얼마나 중요한 존재였는지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중요한 인력이라면 그만한 대우가 있어야 하는데 기자회견에서 들은 발언들은 코로나 재난 상황을 전혀 반영하지 않는 듯했다. 기본마저 지켜지지 않는 이주노동자들의 현실이 눈에 들어왔다.
여전히 '기본적 삶'도 누리지 못하는 농업 이주노동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