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분한 돌봄을 못해줬던 게 제일 안타까웠다"

"밥 빨리 먹고 가야지"라며 눈물 흘렸던 지역아동센터 이야기

등록 2021.11.09 11:04수정 2021.11.09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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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소년 방과후 지역아동센터'에서 상담중인 사회복지사
'청소년 방과후 지역아동센터'에서 상담중인 사회복지사서창식

"최대한 밥 먹고 빨리 가야지 다른 애가 올 수 있어"

한 사회복지사가 지역아동센터를 찾아온 아이에게 한 말이다. 그 아이는 아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고 그 사회복지사는 눈물을 흘려야만 했다. 코로나19의 여파로 취약계층 청소년들도 기본적인 돌봄이라는 울타리에 제대로 들어가지 못하고 배고픔을 이겨내야만 했다.

수원에 위치한 '청소년 방과후 지역아동센터'는 지역 내 취약계층 청소년을 안전하게 보호하며 다양한 복지 및 교육 활동으로 보호, 교육, 문화, 정서, 지역사회연계 등을 통해 성장 발달을 돕고 있는 곳이다.

주로 저소득층의 한부모 가정이거나 조부모, 외국인 부모 등 결손가정의 취약계층 초등학생부터 중학생까지의 청소년을 돕는 사회복지 시설이다. 그뿐만 아니라 식사를 직접 만들어서 취약계층의 청소들에게 제공을 하고 동아리 활동과 지역사회와 연계를 통해서 전문교육을 위한 선생님들과 함께 하고 있다고 한다.

취약계층에 있는 청소년들의 돌봄과 교육 환경에 대한 목소리를 듣기 위해 지난 5일 수원의 지역아동센터에 방문하여 이지애 생활복지사와 한 도민강사를 만났다.

- 코로나19 시국, 가장 어려웠던 점이 있었나?
"학교에서 비대면 온라인 수업이 증가했지만, 부모님이 출근하고 나면 집에 혼자 방치되는 있는 아이들을 위해 온라인 수업 잘 됐는지 확인하고 직접 만든 음식을 아이들에게 제공을 하기도 했다. 부모님 모두 일을 하러 나가서 아이가 집에 혼자 있는 경우에는 대체적으로 온라인 수업을 받아야 하는데, 장비를 잘 모른다든지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학교에서 뭘 하라는 지도 잘 이해를 못 하시고 어려워하시는 분들이 계시는데, 직접 만나서 얘기를 하려고 해도 부모님이 외국인이거나 나이가 많으신 경우, 최선을 다해도 한계점을 가지고 있다."


- 아동복지시설에서 가장 힘들었던 점이 있다면?
"코로나로 인해 30%, 50% 등 인원 제한으로 인해 오고 싶어 하는 애들이 못 왔을 때다. 최근에는 위드 코로나로 인해 풀렸지만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어쩔 수 없이 요일별로 나누거나 시간대를 나눠서 오게 하였다. 아이들에게는 어쩔 수 없이 '최대한 밥 먹고 빨리 가야지 다른 애가 올 수 있어'라며 양해를 구하고, 그다음 다른 아이들이 와서 밥 먹으러 오게 해야만 했다. 그런 말을 할 때 가슴 아프고 눈물이 났고 충분한 돌봄을 못해줬던 게 제일 안타까웠다.

시에서 코로나 방역수칙으로 인해 아동센터에도 인원 제한을 했고, 우리는 규정을 지켜야 하지만 어떨 때는 정해진 인원보다 한두 명 더 많이 올 때도 있었다. 그럴 때는 아이들을 쫓아낼 수는 없었다. 하지만 혹시라도 코로나에 걸리게 되면 안 되기 때문에 찾아온 아이에게 '빨리 먹고 집에 가야지'라는 말을 할 때 너무 미안했다."


아이들을 소득기준으로만 잘라내기엔 어려운 점 많아
       
- 돌봄이나 복지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아이도 있었을 것 같다.
"코로나 안전수칙을 위해 어쩔 수 없었겠지만, 시에서 이제 돌봄 시설에 취약계층 애들을 받으라고 했다. 그래서 '어느 기준으로 자르냐?'라고 물으니 '소득기준이나 집안 형편 우선적으로 정해라'라는 답변이 왔지만, 현실적으로 그렇게 나누고 잘라 내기에는 어려운 점이 많았다.

예를 들어 소득과 무관하게 저학년 아이의 부모님이 맞벌이인 경우 불가피하게 돌봄이 필요하기 때문에, 고학년 아이들에게는 '넌 혼자 할 수 있겠지? 숙제 가지고 저녁에 와'라고 말하며 부탁하며, 현실에 맞게 케어를 해줄 수밖에 없었다.

아이들도 소득기준으로 끊어서 알아서 올 수 있게 하거나 같은 아이들인데, 누구는 올 수 있게 하거나 없게 하는 게 어려웠다. 안전을 감안하여 규정하는 것도 좋지만, 현실에 맞게끔 제약사항이 개선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아동복지센터 지원에 대해 개선되어야 할 점이 있다면?
"늘 항상 선생님들이 부족하다. 급여는 둘째 치고라도 좀 인력 지원이나 이런 것들이 더 있었으면 좋겠다. 가장 큰 문제는 11월 되면 올해의 돌봄 지원사업이 종료되어 앞으로 길게는 4~5월 개월 간 전문 인력에 대한 공백으로 아이들을 봐주실 선생님이 거의 없어지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교육 전문가도 아니고, 시에서 지원해 주신 선생님들도 아동 복지 교사로 초등 위주의 학습을 가르치는 선생님들이기 때문에 중학생들을 가르칠 수는 없다.

그래서 전문적으로 양성된 선생님을 통해야 청소년의 아이들의 교육에 실제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데, 이번 달 되면 지원이 끊기기 때문에 몇 개월간은 아이들을 위해서 해 줄 프로그램이 없다는 게 제일 사실은 좀 미안하다. 아이들도 센터 생활이 행복하고 정말 좋아하고 있지만, 이제 곧 교육도 끝난다니까 너무 아쉬워하고 있다."
 
 지역아동센터에서 교육중인 도민강사
지역아동센터에서 교육중인 도민강사서창식
 
4년째 지역아동센터에서 수학을 가르치는 민영기 도민강사는 "형편이 넉넉한 가정의 아이들이 아니기 때문에 지원 환경이 열악하다 보니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거나 탈선의 위기도 좀 보이는 학생들도 좀 있어서 좀 안타까웠지만, 그런 아이들을 바로잡아주고 공부를 가르쳐 줄 수 있어서 보람을 느꼈다"라고 소감을 말했다.

이어 "하지만 내가 이렇게 도민 강사로 할 수 있는 기간도 이번 달이면 끝이 난다"라며 "이로 인해 몇 개월간은 아이들은 학습 지원을 못 받는 공백 기간이 생기게 되는데, 그런 공백 기간을 최대한 줄였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라며 아쉬워했다.

이 지역아동센터에 다니는 14살의 한 아이는 "학원비가 비싸서 부담되어 못 다녔는데, 센터에서 가르쳐주니까 도움이 많이 되었다"라며 "이제 곧 끝난다고 하니 아쉽고 슬프다"라며 심경을 밝혔다.

이에 대해 경기도의 위탁 대행을 맡고 있는 경기도 평생교육진흥원 관계자는 "연초에 사업이 편성이 되고 사업 계획을 수립 후 발주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공백이 생기는 것이다"라고 설명하며 "앞으로 그러한 공백 기간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추운 겨울에 수개월간 제대로 된 돌봄 혜택을 받지 못하는 취약계층의 일부 청소년들은 아무도 없는 집에서 혼자 학습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코로나19 #지역아동센터 #청소년 #돌봄교육 #취약청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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