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길에 소복히 쌓인 낙엽봄부터 가을까지 소임을 다한 나뭇잎들이 떨어져 대지를 덮고 있다.
임경욱
아직 나무에 매달려 떠날 때를 기다리는 낙엽활엽수의 잎은 대부분 주걱형 이거나 도란형, 심장형, 원형, 또는 능란형이다. 색깔도 다양하여 은행나무와 생강나무는 그 빛이 국화처럼 노랗다. 단풍나무나 신나무는 잘 익은 홍옥보다도 더 빨갛다. 주황과 갈색, 그리고 노란색이 한 잎에 채색된 칠엽수의 큰 잎 다발은 담채화처럼 곱다. 수종마다 자기체형에 맞춰 진화된 나뭇잎들이 다양한 모양으로 봄부터 가을까지 한살이를 하고 이제 침잠의 시간으로 들어서고 있다.
1시간이 조금 넘는 산책을 마치고 숲길 입구로 돌아왔다. 소슬바람에 졸참나무 잎들이 아침햇살을 받아 반짝이며 대지에 나풀나풀 별빛처럼 내린다. 이제 나무들은 체로금풍(體露金風)의 시간을 온몸에 세기며 돌아올 봄을 기다릴 것이다. 그러고 보니 모든 생명이 낮은 곳으로 내려 근원을 찾아 돌아가는 계절이다. 떠날 때를 알고 대지 위로 내려와 흙으로 돌아가는 나뭇잎들의 순회가 자연스러워 숙연하다. 노자의 도덕경에서는 "사람은 땅을 본받고, 땅은 하늘을 본받고, 하늘은 도를 본받고, 도는 자연을 본받는다(人法地 地法天 天法道 道法自然)"고 했다. 땅과 하늘을 거스르지 않고 자연스럽게 사는 것이 도에 이르는 길이리라
사방댐 아래로 야윈 몸피를 추스르며 낮은 목소리로 졸졸졸 흐르는 개울은 '상선약수(上善若水)' 물과 같이 살라 한다. 가을이 깊다. 온몸과 마음에 계절이 사무친다. 물처럼 바람처럼 시(詩)처럼 살고 싶다. 그렇게 살다 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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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물처럼, 바람처럼, 시(詩)처럼 / essayist, reader, trave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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