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현 신부와 고 김용균 노동자의 어머니 김미숙 김용균 재단 대표, 고 문중원 기수 부인 오은주씨, ’꿀잠을 지키는 사람들’ 등 시민들이 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신길2구역 재개발로 인해 사라질 위기에 놓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쉼터 ‘꿀잠’에 대해 존치를 반영한 주택재개발 정비계획을 마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유성호
2017년 8월부터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사회활동가의 쉼터 역할을 해왔던 '꿀잠'이 재개발로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이에 '꿀잠을 지키는 사람들 꿀잠대책위'(대책위)는 4일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구청 앞에 모여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눈물로 지은 집, 꿀잠을 지켜달라"라고 호소했다.
이 자리에는 고 김용균 노동자의 어머니 김미숙씨를 비롯해 고 문중원 기수의 아내 오은주씨, 문정현 평화바람 신부 등 그간 꿀잠에 머물렀던 이용자들도 함께 했다. 김미숙씨는 지난 2018년 12월 아들 용균씨가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홀로 근무를 하다 사망한 뒤 서울에 올라와 싸움을 이어갈 때 꿀잠에서 생활했다.
김씨는 "계속되는 투쟁에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 꿀잠에 오게 됐다. 그때 꿀잠에서 정성을 다해 숙식을 제공해줘, 안정되게 버틸 수 있었다"라며 "그런데 난데없이 내쫓길 위기에 놓였다니, 사람을 살리는 장소를 더 만들어도 시원치 않은데 사라질 위기라는 것이 너무나 부당하다. 영등포구청은 지금 당장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라고 요구했다.
고 문중원 기수의 아내 오은주씨도 "남편을 떠나보낸 후 서울에 올라와 상경 투쟁을 할 때 100일간 꿀잠에서 머물렀다"면서 "꿀잠은 한순간에 무너진 저를 100일 동안 버티게 해준 공간이다. 많은 분들에게 도움이 되는 이 공간은 사라져선 안 된다"라고 주장했다.
고 문중원 기수는 2019년 11월 29일 3쪽 분량의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했다. 당시 그의 유서에는 경마장의 열악한 노동조건, 다단계 갑질구조 등의 문제가 고스란히 담겼다. 이후 유족과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마사회 개혁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빗발쳤고, 문 기수가 떠난 지 99일 만에야 '부산경마공원 사망사고 재발방지를 위한 합의서'가 만들어졌다.
꿀잠이 처음 제안된 건 2015년 8월이었다. 이후 2000여 명의 시민이 모금에 참여해 7억 6000만 원이란 돈이 마련됐고, 꿀잠을 열 수 있었다. 2017년 개소 후 매해 4000여 명 이상의 비정규직 노동자와 활동가들이 이용해오고 있다. 하루 최대 50명까지 수용할 수 있으며, 1층은 식당과 장애인 쉼터, 2층은 인권교육센터, 3층은 사무공간, 4층과 옥탑은 숙소 및 편의시설이 마련돼 있다. 지하는 문화교육공간과 전시공간, 치과진료 공간 등으로 구성됐다.
영등포구청 "꿀잠 측 의견 포함된 재개발안, 서울시 심의위 제출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