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리산 천왕봉에서 이석민 실장
이석민
- 영화 쪽에서 음향 일을 한 것으로 들었다. 당시에 우리나라에서 음향을 전문적으로 배우기는 어려웠을 것 같은데 녹음 일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
"1998년 호주에 있는 음향 전문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음향 일을 시작했다. 당시에는 국내에 음향을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곳이 없어서 외국으로 유학을 갈 수밖에 없었다. 유학 전에는 1993년 초 삼성물산에 입사하여 구리 원자재를 거래하는 분야에서 5년 반 정도 일했다. 어려서부터 음악을 좋아했다. 악기를 하고 싶었지만 제대로 하는 게 없어 녹음으로 승화했다고 할까."
- 안정된 직장을 그만두며 망설이지 않았나.
"어느 날 더 늦어지면 더는 기회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사표를 냈다."
- 영화 쪽에서 어떤 작업을 했나.
"영화의 오디오 후반 작업(Audio Post-Production)을 하는 사운드 디자이너로 녹음 일을 시작했다. 영화 <쉬리>, <유령>, <주유소 습격사건>, <역전에 산다> 등 여러 작품에 사운드 디자이너로 참여했다. 한국 장편 영화 10편 이상에 참여했고 2000년 녹음실을 열어 영화 오디오 후반 작업을 계속했다."
- 오디오 후반 작업은 무엇인가.
"애니메이션을 연상하면 된다. 사람들은 영화를 만들 때 촬영과 함께 모든 소리가 자동으로 녹음된다고 생각하나 그런 사례는 거의 없고, 촬영이 끝난 뒤에 녹음실에서 대사, 움직임 그리고 그 장소에서 날 만한 소리를 녹음해서 영상에 입히는 작업을 한다. 그런 작업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 영화 일을 하다가 어떤 계기로 한국의 환경을 기록하게 되었나.
"지금은 모르겠지만 당시에는 별다른 생각 없이 무비판적으로 외국에서 제작된 음향 효과 라이브러리를 녹음실마다 갖추고 사용했다. 그런데 외국에서 녹음된 소리들이 한국에서 촬영된 영상에 잘 어울리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예를 들면, 영화의 배경은 서울인데 소리는 미국 LA를 녹음한 것을 사용했다. 지금은 당연하게 여기지만, 당시에는 촬영 후 오디오 팀이 현장에 나가 녹음해서 영화 후반 작업에 사용해야 한다는 생각을 미처 못했던 시기이기도 하다. 2010년에 한국의 사운드 라이브러리를 직접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그때부터 쭉 녹음을 해오고 있다."
- 무거운 장비를 이고 새벽에 산을 오르기가 쉽지는 않을 것 같다. 이 일을 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
"몸은 그렇게 힘들지 않다. 건강을 위해 등산을 하는 분도 많으니까. 녹음 기술자로서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이 들고, 새벽에 헤드 랜턴에 의지해 홀로 산을 오르며 산을 온전히 혼자서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묘한 만족감이 있기도 하다.
아마도 가장 힘든 부분은 관심을 가질 만한 관계기관들의 무관심을 마주했을 때가 아닌가 싶다. 우리가 새에 대해서 연구를 할 때 새의 울음소리도 함께 연구해야 하는 게 당연한 것처럼 자연과 문화유산을 기록할 때는 소리까지 충실히 기록하는 게 당연하지만 아직까지 국내 현실은 그러한 관심과 노력이 부족한 듯 보인다."
- 수익이 있나.
"소리를 팔아 수익을 창출한다는 것은 마치 대동강 물을 판다는 말처럼 들릴 것이다. 하지만 현재 네이버 소리 전용 서비스인 오디오 클립에 자연의 소리를 제공하고 있고 SK텔레콤 'NUGU' 인공지능 플랫폼에도 소리를 공급해오고 있다. 몇몇 플랫폼과 VR 영상과 공간 음향 공급을 논의하고 있다. 최근 주목받는 메타버스(현실세계와 같은 사회·경제·문화 활동이 이뤄지는 3차원 가상세계)에 공간 음향은 필수요소이기에 전망이 밝다고 본다."
멸종 위기종 소리 녹음하는 것도 목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