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황남동엔 옛 추억 속에서 잠들 수 있는 한옥 숙소가 많다.
경북매일 자료사진
경북 경주 여행이 처음인 사람이든, 여러 차례 방문한 이들이든 마찬가지다. 경주 톨게이트 위에 근사하게 올라앉은 기와를 보면 자신도 모르게 마음이 푸근해진다. 다른 지역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풍경이 도시 입구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수십 년 전 기와집과 초가집에서 살아본 세대에겐 아련한 향수를 선물하고, 콘크리트로 지어진 아파트와 연립 주택에서만 지내온 아이들에겐 감탄을 부르는 풍경.
경주에서는 기와를 얹은 한옥(韓屋)을 어디서든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심지어 관공서와 대형 카페도 기와지붕이 흔할 정도다. 이런 형국이니 한옥은 '서라벌을 서라벌답게 보이게 하는' 매력적인 보물의 하나가 분명해 보인다.
시멘트나 벽돌이 아닌 나무가 주된 재료이기에 방에서 풍기는 향기부터가 현대식 주택과는 다른 한옥에서 하루쯤 머물고 싶다는 건 적지 않은 관광객들의 희망사항이다.
경주 관광업계는 이러한 사람들의 요구에 발맞춰 다양한 한옥 숙소에서의 하룻밤 체험을 준비해놓고 있다.
한옥의 멋스러움을 찾아 경주 황남동으로
나 또한 몇 해 전 이끼 낀 오래된 검은 기와 위로 산새가 날아드는 안동 고택(故宅)에서 보낸 시간이 즐겁고 특별한 기억으로 남았기에, 경주의 한옥에서도 한 번쯤 달콤한 잠을 청해보고 싶었다.
한옥 숙소는 물론, 살림집과 식당으로 사용되는 도시형 한옥이 즐비하다는 황남동은 경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다. 도보로 15~20분 거리. 낯선 도시에서의 가벼운 산책은 언제나 즐거운 법이다.
그런데 어째서 타 지역에서는 사라진 한옥이 황남동엔 아직 다수 남아 있거나, 심지어 새롭게 만들어지기까지 하는 것일까? 한국건축역사학회가 발행한 논문 <경주시 황남동 일대 한식 건물 주거지 형성에 관한 기초 조사연구>는 이런 궁금증의 한 부분을 풀어주고 있다.
"경주시 황남동 일대에서는 오히려 1970년대에 한식 건물이 대량 건설되어 같은 시기 타 지역과 차이를 보인다. 더불어 목조 외에 다양한 재료를 수용한 한식 건물이 도입되어 1980~1990년대 신축의 주류를 차지하는 특수한 건축적 맥락을 형성하여 현재에 이른다. 이런 현상의 저변에는 1970년대부터 공공 차원에서 주거지 정비를 통한 역사적 경관을 형성하려는 기획이 배경으로 자리한다. 황남동의 경관 구축 과정은 그 성격에 따라 1960년대까지의 주거지 형성, 1970년대 역사적 경관 성격 부여, 1980~90년대의 비목조 한식 건물의 정착 시기로 나누어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