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라리아 치료제인 퀴닌이 토닉 워터의 쓴 맛을 냄.칵테일의 부재료인 토닉 워터는 모기 치료제인 퀴닌을 넣은 약품이었다.
이상헌
영국에서는 과거로부터 퀴닌을 넣은 탄산수를 약으로 마셔왔는데 오늘날 우리가 마시는 칵테일의 부재료인 토닉 워터다. 과다 섭취하면 몸이 상하기 때문에 서구권에서는 엄격히 규제를 하고 우리나라에서는 넣지 않는다.
전쟁보다 더 많은 사람을 죽이고 있는 모기
살충제이자 제초제인 DDT(Dichloro-Diphenyl-Trichloroethane)는 1874년 독일에서 처음 합성 되었다. 1939년 스위스의 화학자 파울 밀러(Paul Hermann Muller)는 DDT가 벌레를 죽이는 데 탁월한 효과가 있음을 발견하여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다. 세계 2차 대전 때에는 모기 구제와 함께 질병 매개 곤충을 죽이기 위해 널리 사용되었다. 위생 곤충에는 효과적이지만 동식물에게는 별다는 증상이 없었기 때문이다.
DDT는 인간이 만든 만병통치약으로서 세상을 호령했다. 흑사병을 옮기는 벼룩, 발진티푸스를 일으키는 이(lice)와 같이 전염병을 매개하는 해충들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1941년 일본은 미국의 진주만을 기습하여 태평양 전쟁을 일으키고 동남아와 남태평양 일대를 손아귀에 넣는다. 이에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하여 일본이 점령한 지역을 하나하나 탈환해 나간다.
그러나 모기가 들끓는 아열대 지역이므로 말라리아와 뎅기열 같은 전염병이 미군을 포함한 연합군을 덮쳤다. 미군은 전투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DDT를 대량 생산해 살포하였고 질병 발생을 크게 낮췄다. 이후 본격적인 공세를 통해 미드웨이 해전, 사이판과 이오지마 전투에서 승리하고 히로시마-나가사키에 원자탄을 투하하여 일본의 항복을 받아낸다.
DDT는 세계대전이 끝난 후에도 살충제로서 광범위하게 쓰인다. 한국전쟁 때에는 철모 안에도 바르고 옷 속에도 뿌리면서 날이 갈수록 인기를 더해갔다. 그러나 1962년 레이첼 카슨(Rachel Carson)의 책 <침묵의 봄, Silent Spring>이 나오면서 세상이 바뀌어 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