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대 대통령 선거일인 2017년 5월 9일 국회 의원회관 더불어민주당 개표상황실을 찾은 문재인 당시 대선후보가 추미애 상임선대위원장 등 선대위 관계자들을 격려하고 있다. 문 후보는 일부 기자들의 요청으로 엄지손가락을 들어보였다.
남소연
여기서 눈여겨봐야 할 '숨은 그림'이 몇 개 있다. 첫 번째는 촛불혁명과 박근혜 탄핵으로 치러진 선거에서도 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얻은 득표율은 41.08%에 그쳤다는 사실이다. 홍준표 후보를 제외하면 문재인, 안철수, 유승민, 심상정 4인 모두 탄핵 찬성 세력이었고, 탄핵 찬성 지지층은 네 후보에 분산돼 있었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로 보인다.
당시 문재인 후보를 제외한 네 후보의 득표율 합계는 58.37%, 즉 60%에 육박한다. 심상정 후보의 득표율을 뺀 홍준표, 유승민, 안철수 세 후보의 득표율 총합은 52%이다. 이 수치를 당시 반/비 민주당 지지층으로 볼 수 있겠다.
그런 맥락에서 보면 당시의 52~56%가 현재 정권교체 찬성 지표로 나타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문재인 정부 전반기 지지율이 높았을 때를 제외하면, 소위 '밀월기간'이 끝난 후부터 이 네 후보가 소속된 정당들은 현 정부에 적대적으로 돌아섰고, 높은 정권교체 찬성여론을 주도했다.
현재 부정적인 국정지지도나 높은 정권교체 여론은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부터 잠복해 있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런 맥락에서 보면 현재 여론지형을 비관적으로 볼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문재인 촛불정부는 탄생할 수 있었다.
그때와 지금이 다른 점
지난번 대선 때와 내년 대선에서 확연히 달라진 사실이 하나 있다. 분열됐던 야권이 뭉치고 있다는 점이 두 번째 관전포인트다. 이른바 정권교체 '결집률'이 높아지고 있다는 건 분명 이재명 후보에 적신호다. 갈라섰던 홍준표와 유승민이 한 정당에 모였고, 안철수의 국민의당은 이미 지난 4.7 서울·부산 재보궐선거 때부터 국민의힘과 보폭을 함께했다. 안철수 대표는 지난 대선 때만큼은 아니더라도 꾸준히 5% 안팎의 지지율을 얻고 있다.
안철수 대표는 20대 총선에서 1석을 빼고 호남을 석권해 지난번 대선 당시엔 39석 국회의석을 가진 막강한 교섭단체였다. 하지만 지난해 21대 총선에서 민주당에 호남 의석을 다 빼앗기고 전국에서 긁어모은 이삭줍기 끝에 비례대표 3석을 얻는 데 그쳤다. 단순하게 보면 내년 3.9 대선(20대 대선)은 19대 대선 당시 '안철수의 21%'를 놓고 벌이는,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의 사생결단 '땅따먹기' 싸움이다.
지난해 21대 총선 때까지만 해도 '안철수의 21%' 대부분은 더불어민주당이 차지했지만, 올해 4.7재보선에서는 국민의힘으로 넘어간 것으로 보인다. 과거 '안철수의 21%'는 큰 선거 때마다 승자를 결정하는 '스윙보터'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외형상으로 보면 안철수는 현재 5% 안팎의 지지율밖에 없는 것 같지만, 내용상으로는 21%의 중도표심을 몰고 다니는 '바람잡이'로 행세하고 있다고 본다.
물론 안철수가 '독립변수'라기보다 여론시장에서 중도층의 민심을 따라다니는 '종속변수'이긴 하다. 과거와 다른 '안철수 변수'는 김동연 전 부총리의 팔다리를 오려붙여 내년 대선의 '키(key)', 즉 핵심 변수로 부상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이재명 후보와 민주당이 안철수와 김동연으로 대표되는 중도층 민심을 흡수하지 않는 한 대선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이유다.
두 사람을 끌어들이든가 아니면 두 사람이 제시한 어젠다를 충분히 반영한 공약개발로 정권교체 목소리를 잦아들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원팀을 넘어 드림팀, 멀지만 가야 할 길
이재명 후보의 대선가도에서 또다른 복병은 순조로운 '원팀' 출범이다. 관건은 이낙연 전 대표 지지층을 얼마나 완벽하게 흡수하느냐에 있다.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이 전 대표 지지층의 절반 안팎이 이재명 후보가 아닌 야권 후보들을 찍겠다는 여론조사도 있다. 자세히 들여다 보면 '안철수의 21%'는 이낙연 지지층에 상당수 흡수돼 있다고도 할 수 있다. 안철수가 빼앗긴 호남 의석과 중도성향 유권자들이 이낙연 지지층과 겹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낙연 전 대표와 지지층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이지 않는 한 대선 이재명의 대선 전망은 밝지 않다. 그러나 이재명 후보로서는 이 전 대표에게 마땅히 줄 선물도 없어 보인다. 이 전 대표는 도지사, 총리, 당대표, 5선 국회의원 등 대통령 빼고는 다 한 사람이다. 현장에서는 캠프인사들 간에 경선 후유증이 이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경선 승복 의사를 밝힌 이 전 대표와는 달리 일부 지지자들은 법원에 제출한 경선결과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밀고 나갈 기세다(관련 기사:
"유권자 권리 침해" 민주당 경선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28일에는 첫 재판이 열렸다. 경선과정에서 사퇴한 정세균, 김두관 후보가 각각 득표한 2만4000여 표와 4400여 표를 무효처리한 것은 특별당규(59조, 60조)위반이라는 주장이다. 사퇴 선언 이전에 받은 투표수를 유효투표수로 처리할 경우 이 후보의 득표수는 49.33%로 결선투표 대상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