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이어폰과 유선이어폰
박정우
필자의 지인 Y씨(대학생, 25세)는 이어폰에 케이블이 없는 것이 오히려 불편하다고 한다. 줄이 없는 탓에 잃어버리기 쉬워, 벌써 오른쪽 유닛만 세 번을 잃어버렸다고. 이 정도면 평소 덤벙대는 성격 탓이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실제로 무선이어폰은 유선이어폰에 비해 분실 확률이 높아 보이긴 한다.
사용 후 케이스에 제대로 넣어두지 않으면 어느샌가 한쪽이 사라져 버리는 건 시간문제이며, 실제로 중고 사이트에서도 잃어버린 한쪽만 구하거나, 홀로 남아버린 다른 한쪽만 판매한다는 글들이 종종 보이곤 한다.
사용 시에 일일이 충전을 해야 한다는 점이 불편하다는 의견도 있다. 케이블로 전원을 공급받던 유선이어폰과는 달리 무선이어폰은 무선통신을 위하여 따로 배터리가 내장되어 있는데, 주기적으로 충전을 하지 않으면 밖에서 이어폰을 사용하려고 귀에 꽂아도 배터리가 없어서 작동하지 않는 당황스러운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장시간 연속 사용으로 배터리가 방전되면 다시 충전될 때까지 사용하지 못하고 기다려야 하는 불편함도 있다. 이러한 불편함 때문에, Y씨를 비롯한 많은 이들이 아직까지 유선이어폰을 사용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음악을 고음질로 듣기 위해 유선을 사용하기도 한다. 최근 음향 커뮤니티 내에서도 무선이어폰은 굉장히 핫한 주제이다. 어떤 모델이 가성비가 좋고, 착용감이 편하고, 배터리가 오래간다는 등, 무선이어폰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그와 동시에 무선이어폰이 유선이어폰의 음질을 따라오려면 멀어도 한참 멀었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리고 이러한 음질 관련 주제가 던져지면 무선 사용자와 유선 사용자 간의 격렬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는 하는데, 그렇다면 실제로는 어떨까? 정말로 무선이어폰은 유선 이어폰을 따라잡을 수 없는 것일까?
무선 이어폰 음질이 떨어지는 이유
무선이어폰은 대부분 블루투스 통신을 지원한다. 전자기기에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사람들이라면 이미 알고 있겠지만 블루투스 통신은 데이터 전송 속도가 그리 빠른 편이 아니다. 그 이유는 블루투스가 개인용 전자장비 간 단거리에서 간단한 정보를 주고받는 목적으로 개발되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마우스나 키보드와 같은 입력장치의 버튼 입력 여부 정도의 간단한 정보 말이다.
이처럼 블루투스는 전송 속도보다는 연결의 안정성, 낮은 전력 소모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서 용량이 큰 데이터를 전송하는 데에는 적합하지 않다. 지연이나 끊김 없이 데이터를 전송하기 위해서는 오디오 파일을 압축하여 용량을 줄이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파일을 압축하고 해독하는 이 과정을 코덱(codec)이라고 하는데, 이 과정이 무선이어폰의 음질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즉, 전송 과정에서의 압축으로 데이터에 손실이 발생하게 되고, 이로 인해 음질이 저하된다는 것이 유선이어폰 사용자들의 주장이다. 물론 이론상으로는 음질에 차이가 발생하는 것이 맞지만, 인간의 청력에도 한계가 있는지라 실제로 그 차이가 구분할 수 있는 수준인지에 대해서는 개인마다 의견이 다르다.
또한, 최근에는 고음질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블루투스 코덱이 하나둘 등장하고 있어서 무선과 유선의 음질 격차는 점점 좁혀지고 있으나, 그럼에도 유선이어폰 사용자들의 고집은 쉽게 꺾이지 않는다.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조금이라도 더 좋은 음질로 즐기기 위해서는 어떤 불편함이라도 감수하리라. 다소 오버스러워 보이긴 해도, 본인이 진짜 좋아하는 것을 최대로 즐기기 위해 그깟 편의성 정도 희생하는 그들의 모습은 존경스럽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