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광역시 해운대구 초고층 주상복합건물인 엘시티(LCT). 엘시티 바로앞에 해운대해수욕장이 보인다.
권우성
토지 조성비 등 개발사업의 기초적인 정보조차 도시개발법에 따른 사업에선 공개 의무가 없다. 택지개발촉진법과 공공주택특별법에 따른 사업의 경우 용지비와 조성비·인건비·이주대책비·판매비 등 세부적인 항목을 나눠 공개하도록 의무화한 것과는 차이가 크다. 도시개발법이 적용된 대장동과 엘시티 개발 역시 민간사업자가 토지 조성에 구체적으로 얼마를 썼는지 명확히 알려진 수치는 없는 상태다.
무엇보다 도시개발법은 민관합동사업에 참여한 민간업자의 개발이익을 제한하지 않는다. 택지개발촉진법이 시행령에서 민간사업자의 수익을 6% 이하(사업자의 이윤율은 총사업비의 100분의 6 이내로 한다)로 제한한 것과 비교하면, 민간사업자가 폭리를 취할 길을 열어둔 셈이다. 대장동 사업은 성남시가 5000억원의 개발이익을 환수했지만, 민간사업자인 화천대유 등은 아파트 분양과 택지판매 등으로 수천억원의 이익을 챙겼다.
부산 엘시티 사업의 경우, 공공이 환수한 돈은 토지매각 차액 3억원에 불과했다. 나머지 개발이익은 모두 민간사업자들의 몫으로 돌아갔다. 소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 조사에 따르면, 엘시티 사업시행자인 엘시티PFV는 약 1조2020억원의 수익을 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소 의원은 "엘시티 사업은 민간 사업자들의 배만 불려주고, 부산 시민들은 아무런 혜택도 받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현행 도시개발법을 두고 공공의 특권을 행사하면서도 공공성을 확보하지 못한 채, 민간업자 폭리를 방치하게 만든 주범이라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당초 이 법이 민간업자 참여를 허용한 이유는 민간의 창의성을 활용한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대장동은 아파트만 촘촘히 들어선 베드타운이 됐고, 해운대 앞바다는 엘시티라는 초고층 빌딩의 그림자에 가려져 있다. 창의적 도시 설계나 공익적 가치가 실현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법 개정 논의 시작... "공공택지는 공영개발 원칙 지켜져야"
이에 따라 국회에선 당초 의도와 다르게 민간사업자 특혜법이 돼 버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도시개발법에 대한 개정 논의가 시작됐다. 현재는 민간업자의 과도한 수익을 환수하는 데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은 각각 민간사업자의 개발이익을 제한하는 도시개발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진성준 의원이 낸 개정안은 민간사업자 이윤이 총사업비의 10%를 넘지 못하도록 하는 법이고, 이헌승 의원 개정안은 사업자 이윤을 총사업비의 6% 이하로 제한하는 방안이다. 수치의 차이는 있지만 일단 민간업자의 과도한 이윤을 제한하자는 데 여야가 한목소리를 내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도시개발법 개정 논의가 공공개발의 공익성 확보라는 큰 틀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민간업자 개발이익 환수에 더해 공공택지의 명확한 정의, 공공임대 의무 확보, 분양가상한제 적용 등이 추가로 논의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김남근 참여연대 변호사는 "단순히 민간사업자 개발이익 환수가 중심이 된다면, 민간개발을 무조건 허용해 준다는 얘기가 된다"라며 "공공택지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논의가 종합적으로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공익적 목적에 따라 강제수용권을 행사해 조성하는 토지는 반드시 공공택지로 규정하고, 공영개발한다는 원칙에 따라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며 "공공택지에서는 민간에 매각하는 땅을 최소화하고 토지를 판매하는 방식도 명확히 규정해 공공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기업 토지자유연구소장은 "공영개발에서의 기본적인 원칙은 공공이 토지를 민간에 팔지 않고 계속 소유하면서 공공주택을 지속적으로 공급하는 것이 돼야 한다"라며 "만약 부득이하게 토지를 팔더라도, 토지 판매와 아파트 분양에서 사업자가 과도한 이윤을 추구하지 못하도록 철저한 환수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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