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8일 그리스 에비아섬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을 한 주민이 망연자실한 듯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기후위기 전도사'로 불리는 조천호 경희사이버대 특임교수(전 국립기상과학원 원장)는 2020년 9월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지난해의 '극단적인 날씨'에 대해 이같이 이야기를 했다.
"장마, 폭우, 태풍 하나하나를 두고 기후위기라고 진단할 수는 없다. 그런 날씨 현상은 과거에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그게 한번이면 자연의 변동성 안에서 나타나는 우연이지만, 한번 더 일어나면 반복이고, 세번 일어나면 경향이며, 네번 다섯번 일어나면 변화다. 기후변화, 기후위기라는 진단은 그렇게 해서 나온 것이다."
조 교수는 전세계 곳곳에서 벌어진 가뭄·폭염과 홍수 등 극단적인 기후변화는 "지구온난화로 날씨에 변화가 잘 일어나지 않아서 생긴 것"이라고 말한다.
"날씨는 계속해서 변화해야 하고, 반대로 기후는 지속성이 있어야 한다. 사람으로 치면 그때그때 감정 변화가 있어야 하지만, 동시에 품성은 유지돼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의식주를 비롯해 인간의 모든 문명, 모든 생존 기반은 기후의 지속성에 맞춰져 있다. 기후의 지속성이 사라진 것이 바로 기후위기고, 그것이 곧 문명의 위기, 생존의 위기다. 변화해야 할 것은 지속되고, 지속돼야 할 것은 변화하고 있으니 '겹의 위기'인 셈이다."
이상기후는 지난해에만 발생한 게 아니다. 올해에도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7월 독일, 벨기에,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등 서유럽 국가들은 이틀 동안 100년 만의 최대치 폭우가 쏟아졌다. 평균 한 달치에 해당하는 강우량인 100㎜ 이상의 비가 만 하루만에 퍼부은 것이다. 이로 인해 200명이 넘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비슷한 시기, 미국과 캐나다는 극심한 폭염에 시달렸다. 캐나다에서는 700명이 넘은 사람이 숨졌다.
지난 10월 24일에도 미국 캘리포니아는 하늘이 뚫린듯한 폭풍우가 쏟아졌다. 이날 강수량도 100mm를 훌쩍 넘겼고, 새크라멘토 서쪽지역에선 150mm 이상 내렸다. 샌프란시스코, 산타로사, 소노마 등의 거리와 주택도 물에 잠겼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미국 일부 지역에선 최대 시속 112km의 강풍이 불었다.
"가뭄, 홍수, 폭염 등 최근 50년 사이 5배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