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판식평생교육사 오경미씨(왼쪽)와 양하나 대표
변택주
그동안 6·25 때 미군에게 짓밟힌 현장에 들어선 노근리 평화박물관과 광주민주화운동을 기록물이 있는 518민주화운동기록관처럼 평화로 가려면 잊어서는 안 되는 역사 현장이나 밥집과 한의원, 반찬가게와 향수공방, 초등학교와 중학교 복도, 자동차정비소와 다세대주택 현관처럼 '이런 데 도서관이라니 생뚱맞지 않아?' 하는 생각이 들 만큼 엉뚱한 곳에도 문을 열었으나 우리 옷 공방에 들어서기는 처음이다.
내년이면 공방 문을 연 지 10주년을 맞는 채홍갤러리 양하나 대표. 가까이 사는 이웃끼리 정을 나누며 살아야 한다는 생각에서 꼬마평화도서관 문을 열었다고 했다.
스물아홉 번째 꼬마평화도서관장 늘보가 개관 축하 덕담을 하다 말고 가방을 열고 주섬주섬 책이라기에는 너무 작고 얇은 그림책을 한 권 꺼내 든다. 군대를 없애고 병영을 학교로 만든 나라 코스타리카 환경 이야기를 담아, 기후 시민 3.5가 만든 <엘레나와 발렌티나>이다.
발렌티나는
중앙아메리카에 있는
'아름다운 해변'이라는 뜻의
작고 아름다운 나라 코스타리카에 살아.
발렌티나가 사는 마을
'쿠리다비트'에서는
꿀벌과 나비에게도
시민권을 주었어.
책을 펼쳐 처음에 나오는 두 꼭지를 연주하고 난 늘보는 "1948년 12월 1일 우리나라 국회에서 국가보안법을 만들 때 코스타리카 국가수반 피게레스는 군대를 없애겠다고 선언했다고 오래도록 얘기해왔다. 그러면서도 코스타리카가 '아름다운 바닷가'라는 뜻을 담은 말인 줄은 몰랐다"라며 헤식게 웃는다.
이어 "이토록 결 고운 말로 나라 이름을 지을 수 있었기에 평화 품을 넓혀 어울려 사는 멋진 나라가 되지 않았을까? 삼천리 금수강산을 나라 노래로 삼고, 살림살이를 뿌리로 삼는 우리도 평화를 잘 새기다 보면 벌과 나비뿐 아니라 푸나무에게도 시민권을 주는 나라로 거듭날 수 있지 않겠느냐"며 말을 맺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