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을 넘긴 나이지만 시를 쓰는데 있어서는 이생진 시인은 아직도 청년이다.
방관식
현대문학 등단 후 '바다에 오는 이유', '그리운 바다 성산포', '내 울음은 울음이 아니다', 먼 섬에 가고 싶다', '외로운 사람이 등대를 찾는다' 등 40여 권이 넘는 시집에 실린 주옥같은 2천여점의 작품 중 이 시인은 '벌레 먹은 나뭇잎'을 애송시로 뽑았다.
외로움과 슬픔을 읊조리는 대표시인으로 인식되고 있는 이생진 시인이지만 '벌레 먹은 나뭇잎'에서는 청춘의 감성을 노래한다.
절친한 후배인 박만진 시인은 "벌레 먹은 나뭇잎이 예쁘다니 이 얼마나 아이러니한가. 그래 남을 위해 베푸는 삶의 흔적은 별처럼 아름답다. 벌레 먹은 나뭇잎을 보며 벌레가 살아가도록 자기를 내어주는 것이라 생각한 시인의 시상(詩想)이 놀랍기 그지없다"고 감탄했다.
오늘날까지 줄곧 좋은 시로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어 온 노 시인의 검버섯이 핀 얼굴과 벌레에게 모든 것을 내어준 나뭇잎은 어쩌면 같은 길을 걸어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벌레 먹은 나뭇잎
나뭇잎은
벌레 먹어서 예쁘다
귀족의 손처럼 상처 하나 없이 매끈한 것은
어쩐지 베풀 줄 모르는 손 같아서 밉다
떡갈나무 잎에 벌레 구멍이 뚫려서
그 구멍으로 하늘이 보이는 것은 예쁘다
상처가 나서 예쁘다는 것은 잘못인 줄 안다
그러나 남을 먹여가며 살았다는 흔적은
별처럼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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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애송시] 이생진 시인 '벌레 먹은 나뭇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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