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케할망당서귀포시 표선면 표선리에는 제주에서 보기 드문 500미터나 되는 드넓은 모래사장이 있다. 이에 얽힌 이야기를 갖고 있는 표선의 성소인 표선할망당.
김연순
마을의 수호신 당케할망에게 경외의 마음을 가지며 조심스럽게 다가갔는데, 순간 기가 막혔다. 담장 안과 밖으로 쓰레기가 가득이었다. 담배꽁초, 온갖 음료수 통, 비닐, 종이컵, 휴지, 플라스틱 포크, 스티로폼, 깨진 항아리, 심지어 썩어가는 마포걸레까지.
이대로 두면 안 되겠다 싶었다. 집에 가서 종량제봉투와 장갑을 가져오려고 보니 깨진 항아리는 종량제봉투로 해결될 일이 아니었다. 면사무소에 전화해 상황을 설명했다. 곳곳의 쓰레기들을 다 치우기 어려운 상황임을 안다, 그저 주민의 한 사람으로서 치우고자 하는데 포대자루가 필요하다고 했다.
담당 직원의 안내로 면사무소를 방문해 포대자루와 종량제봉투, 장갑과 집게를 받아왔다. 쓰레기를 줍다 보니 별별 종류의 쓰레기가 다 있다 싶고 왜 여기다 버리고 가는지 원망스러웠다. 버려진 쓰레기를 보니 누군가 또 버리는가 싶었다.
흙 속 깊이 묻혀 있는 비닐들은 힘써 당겨야 했고 남은 음료수 찌거기가 들어있는 통은 뚜껑도 쉽게 열리지 않았다. 반쯤 묻혀 있는 과자봉지, 사탕봉지 꺼내고 보면 그 밑으로 또 비닐봉지들이 켜켜이 쌓여 있었다. 깨진 작은 유리조각들도 곳곳에 널려 있어 조심스레 담았다. 이제 끝내려고 하면 또 보이고 담고 나면 또 보이곤 했다. 아, 드디어 끝났다.
내 힘으로는 더 이상 어찌할 수 없는 커다란 판자 조각들이 남았고 뒷켠에 뭔가 태우는 곳이 있었는데 여기는 내가 손대는 곳이 아닐 듯싶었다. 면사무소에 다시 전화해 상황을 설명하고 나머지를 해결하면 좋겠다고 요청했다. 퇴근 무렵이니 다음날 와서 보겠다는 약속을 받았다.
마치고 나니 아이고 허리야, 소리가 절로 나왔다. 깨끗하게 치워진 담장 안팎을 보며 뿌듯했다. 당케할망께 표선마을 사람들 잘 돌봐줍서, 마음의 기도를 하고 바다를 보았다. 눈도 마음도 시원해졌다.
이틀 후 다시 가 보았다. 혹시 쓰레기가 있으면 또 치우려고 봉투를 들고 갔다. 살펴보는데 누군가 와서 뭐하는 거냐, 여기는 함부로 드나들면 안 된다고 한다. 낯선 사람에 대한 경계인 듯 싶었고 상황을 설명했다.
어서 나가야 할 것 같은 분위기에 서둘러 나오긴 했지만 여기서 보름마다 한 번씩 제를 올린다는 정보는 얻었다. 당케할망당이 잘 모셔지길 바란다. 마을 사람들은 물론, 제주를 여행하는 관광객들에게도 당케할망, 설문대할망을 기억하는 소중한 장소가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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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더, 생태, 평화, 인권에 관심을 갖고 활동해 왔으며 현재 제주에 살고 있다. 섬과 뭍을 오가며 자연과 사람, 사람과 사람을 잇는데 시간을 보내는 삶을 만끽하는 중. '홍시'라는 별칭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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