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2020년 2월 13일 오후 부산고등·지방 검찰청을 찾아 한동훈 부산고검 차장검사와 악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 의원과 조씨의 통화가 이루진 4월 3일은 3월 31일 MBC 보도로 검언유착 의혹이 막 불거진 직후다. 때문에 '이동재의 양심선언'은 어디에도 공개되지 않은 정보였다. 김 의원이 이 내용을 어떻게 알고 조씨에게 전달했는지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한참 후에 드러난 채널A 자체 조사결과보고서(2020년 5월 21일 공개) 내용을 통해 '이동재의 양심선언'이 무엇인지 추정해 볼 수 있다. 채널A 자체 진상조사위원회가 작성한 해당 보고서에는 이동재 기자의 휴대폰·노트북에서 나온 '반박 아이디어'란 문건이 등장한다.
거기엔 '다른 기자를 시켜 한동훈 검사장(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의 측근으로 검언유착 의혹의 핵심 인물)과 비슷한 목소리로 녹음한 뒤 제보자X(검언유착 의혹을 MBC에 제보한 인물)에게 이를 다시 들려주고 녹음하겠다는 계획'이 담겨 있다. 즉 이 기자 스스로 '내가 취재윤리에 어긋나는 짓을 했다'는 식으로까지 거짓말을 해 한동훈 검사장과의 관계를 부인하면서 검언유착 의혹을 피해가려고 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계획은 최종적으로 실행되진 못했으나, 김 의원이 조씨에게 전화를 걸었던 시점까진 살아 있는 시나리오였을 가능성이 크다. 이는 김 의원이 같은 날 조씨와의 통화에서 한 말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녹음파일 속 김 의원은 "그 목소리는 이동재하고 한동훈하고 통화한 게 아니고 이동재가 한동훈인 것처럼 다른 사람을 가장을 해서 녹음을 한 거예요"라고 말한다.
김 의원이 조씨에게 보낸 '손준성 보냄 고발장'에도 관련 내용이 담겨 있다. 해당 고발장에는 "사실 한동훈 검사장은 채널A 기자를 시켜 이철에게 유시민 이사장의 비리를 진술하라고 설득한 사실이 없었고 지○○(제보자X)는 한동훈 검사장의 음성녹음을 청취한 사실도 없었다"라고 적혀 있다.
특히 고발장에는 제보자X의 과거 범죄 전력을 거론하며 제보의 신빙성을 공격하는 대목이 여럿 등장하는데, 이 고발장과 함께 검사를 비롯한 수사기관 및 사법부에서만 입수할 수 있는 제보자X의 '실명 판결문'이 전달되기도 한다.
문제는 당시까진 공개되지 않았던 '이동재의 양심선언'과 관련된 정보를 김 의원이 어떻게 접했느냐는 것이다. 4월 3일 당시 이 정보를 알고 있을 만한 이들은 검언유착 의혹 당사자들 정도일 수밖에 없다. 이 점에서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을 비롯한 검찰 수뇌부와도 직접 연결될 수 있다.
2020년 12월 작성된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의 윤 총장 징계결정문에는 MBC 검언유착 의혹 보도(3월 31일 오후 7시 50분) 전후로 윤 총장과 한 검사장이 11차례 전화통화를 했다고 나와 있다.
또한 한 검사장과 권순정(당시 대검 대변인)·손준성(당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 검사가 단체 카카오톡방에서 53회 메시지를 주고받은 것으로 나온다. 김 의원-조씨 사이의 전화통화가 있었던 이틀 전(4월 1일), 하루 전(4월 2일)에도 윤석열-한동훈 전화통화 29회, 한동훈-권순정-손준성 단체 카카오톡방 메시지 75회가 오간 것으로 적혀 있다.
<오마이뉴스>는 김웅 의원 및 의원실 측에 전화·문자메시지로 해명을 요청했으나 답을 받지 못했다. 김 의원은 지난 8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제가 통화했던 내역 자체도 기억이 잘 안 나기 때문에 저도 가서 얘기를 들어보고 싶은 심정"이라며 "구체적인 (통화) 내용 자체에 대해 전혀 들은 바가 없고 수사기관에서 제게 전체적인 내용을 알려준 바도 없다. 그 내용을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대해 말씀드리기 어렵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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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녹취록 속 김웅 "이동재 양심선언하면 키우자"... 어떻게 알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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