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신천동의 쿠팡 본사의 모습.
연합뉴스
2021년 국회 국정감사의 가장 큰 화두 중 하나는 '플랫폼'이었다. 카카오를 비롯해 독과점과 노동환경 논란에 휘말린 대형 플랫폼 업체 대표 및 관계자들이 대거 국감장에 증인으로 불려나왔다.
그런데 이런 '플랫폼 국감'에서 정작 국내 최대 전자상거래 플랫폼인 쿠팡은 소나기를 피했다. 국정감사에 나선 의원들에게 집중 타깃이 된 카카오 덕분이었다.
지난 5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이 겨눈 칼날은 카카오로 향했다. 계열사 118개를 거느린 카카오의 골목상권 침탈 논란이 커지면서 카카오의 독과점이 국회 정무위원회의 핵심 이슈로 급부상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쿠팡 관련 이슈는 뒤로 밀렸다.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빅테크 플랫폼은 탐욕적"이라며 예시 중 하나로 쿠팡의 사례를 들었고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쿠팡의 해외직구 상품 반품비가 높다고 꼬집는 수준에 머물렀다. 게다가 증인으로 채택된 강한승 쿠팡 대표이사는 이날 건강상의 이유로 국감장에 나오지 않았다.
오는 20일 열리는 정무위 종합감사의 양상은 조금 다를 것으로 보인다. 정무위는 이날 종합감사 자리에 강한승 대표를 다시 부르기로 결정했다. 당초 5일 국감 증인으로 강 대표를 불렀던 더불어민주당 송재호, 오기형, 이용우 의원 등 세 의원은 쿠팡을 상대로 강도 높은 질의를 예고했다.
쿠팡의 총수는 누구?... 불거진 '김범석 책임론'
우선 세 의원 모두 김범석 쿠팡 창업자의 실질적 권한을 따져 묻겠다는 입장이다. 김 창업자가 국내 법인 관련 모든 직위를 내려놓은 게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을 피하기 위한 '꼼수 사임'이 아니었냐는 의구심에서다.
지난 6월 17일 경기도 이천에 위치한 쿠팡 덕평물류센터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당시, 쿠팡은 보도자료를 통해 김 창업자가 쿠팡 국내 법인의 이사회 의장, 등기이사 자리에서 물러났다고 밝혔다. "글로벌 경영에 전념하기 위해서"라는 게 표면적인 이유였다. 이에 따라 김 창업자는 미국 법인인 쿠팡 아이엔씨(Inc.)의 이사회 의장만 맡게 됐다. 쿠팡 아이엔씨는 현재 한국 쿠팡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다.
이런 상황 때문에 김 창업자가 중대재해처벌법을 피하기 위해 사임을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지난 한 해동안만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와 배송 노동자 9명이 사망했다. 새벽배송을 하던 40대 노동자가 뇌출혈로 쓰러졌고 물류센터에서 심야근무를 하던 20대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 쿠팡이 '살인 기업'이라는 비판을 받게 된 배경이다. 내년 1월부터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르면, 안전조치 의무를 다하지 않아 사망 사고가 발생할 경우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는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 벌금을 받는다.
그런데 김 창업자처럼 직위를 모두 내려놓을 경우 처벌이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기업 내 실질적 권한과 책임을 입증하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결국 김 창업자에게 책임을 묻기 위해선 한국 법인에서 손을 뗀 지금까지도 쿠팡의 실질적인 '총수' 역할을 하고 있는지가 확인돼야 한다.
뿐만 아니라 김 창업자는 미국인이라는 이유로 공정거래법상 기업집단 쿠팡의 총수 지정도 면한 상태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지난 5월 1일 쿠팡을 공시대상 기업집단으로 지정했다. 그러면서 기업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인물인 '동일인'을 쿠팡의 창업자 김범석 당시 대표이사가 아닌 '법인 쿠팡'으로 정했다. 외국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한 사례가 없기 때문이었다.
물론 내년부터는 김 창업자가 쿠팡 총수로 지정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쿠팡이 국내에서 대부분의 영업을 하고 있는 데다 김 창업자의 이사회 의결권 비중도 차등의결권에 따라 76.7%에 달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전례가 없을 뿐 외국인이라고 동일인이 되지 말란 법도 없다. 당장 공정위는 현행 총수 관련자 범위의 적정성을 가리는 '공정거래법상 동일인 제도 개선방안' 관련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다.
송재호 의원실 관계자는 "김 창업자가 쿠팡의 실질적인 소유주임에도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동일인 지정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점을 꼬집을 것"이라면서도 "또 김 창업자가 기업집단 내에서 얼마나 실질 지배력을 갖고 있는지 질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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