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에고치와 번데기명주실을 뽑는 하얀 고치 속에 맛있는 번데기가 있다.
이상헌
이 교역로를 통해서 종교, 과학기술, 나침반, 화약, 인쇄술을 비롯하여 당시의 인류문명이 만든 모든 것들이 전파되었다. 손오공이 나오는 서유기도 이 시절의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한다. 현장법사가 인도에서 불경을 가져와 번역한 일은 동아시아 불교의 대중화를 이끌었다.
인류와 함께 한 잠업의 역사는 기원전 1만년으로 거슬러올라간다. 이 오랜 기간 동안 누에의 번식은 사람의 손을 거쳐왔기에 지금에 이르러서는 인간의 도움 없이는 세대를 이어가기가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197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양잠업은 우리 산업의 큰 부분을 차지했었다. 아다시피 잠실과 잠원동은 조선시대 때부터 나라에서 운영하는 양잠소가 있던 지역이라 붙여진 이름이다.
어렸을 적 먹을거리가 귀한 시절에는 누에고치 번데기를 솥에 삶아서 즐겨 먹었었다. 지금의 중년 세대라면 그 짧쪼름하고 닭고기 같은 맛을 기억할 것이다. 현재도 명맥을 이어가면서 번데기 통조림은 계속 생산이 되고 유원지 근처에서는 다슬기와 뻔데기를 판다. 누에는 인간에 의해 가축화 되었지만 아직도 몇몇 종은 야생에서 살아간다.
뜨게질로 고치집을 만드는 누에나방
누에나방류는 몹시나 독특한 고치를 만들며 외관이 풍성하고 수려한 편이다. 성충의 입은 흔적만 있고 소화기관이 없어서 수명이래봤자 일주일 정도에 불과하다. 밤나무산누에나방은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밤나무 잎을 씹어 먹지만 광식성이라 다른 나무도 가해하는 녀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