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리실의 대형 솥.급식조리실의 큰 집기들을 닦고 음식을 썰어넣어 볶고 건져낸 뒤 또 닦는다. 손목과 팔 뿐 아니라 무릎, 허리 등 온 몸을 써서 하는 일이다. 이를 매일 반복하고 또 반복한다.
윤성희
매뉴얼도 있고 시설 개선도 하죠. 높이 조절 되는 작업대를 둔 학교도 있대요. 그런데 시설이 뭐가 바뀌었고 어떻게 쓰면 되는지 현장 노동자들이 다 알기 어려워요. 음식 모양 망가진다고 절단기를 못 쓰게 하는 데도 있어요.
보호구도, 서울시교육청에서 회의도 하고 '학교급식기본방향'에 내용을 넣었어요. 장갑, 앞치마, 장화, 보안경 같은 거. 그런데 튀김 할 때 보안경 못 써요. 너무 더워서. 수증기 때문에 앞도 안 보이고. 또 학교들이 너무 영세한 업체 것들을 가져오니까 그게 안전기준에 맞는지 확인할 방법도 없어요. 우리가 쓰는 고무장갑은 다들 흔히 아는 회사 제품들이 아니에요. 어디서 만들었는지도 몰라요. 장화도 두세 업체 거만 돌려가면서 써요. 소모품이니까 질도 그렇지만 교체주기도 중요해요. 부실하면 금방 닳고, 너무 오래 써도 닳잖아요. 그럼 미끄러져서 다치는 거거든요. 그런데 그걸 잘 바꿔주는 학교들이 별로 없어요. 심지어 학교에서 안 사주고 알아서 가져오라는 데도 있어요.
학교별로 상황이 너무 달라요. 학교급식기본방향이란 게 법이 아니라 말 그대로 '기본 방향'이니까, 학교들이 그냥 가이드라인 정도로만 여기는 게 있어요. 학교는 법이나 지침으로 내려와야 따르는데, 급식법 같은 데에는 급식노동자 처우나 안전에 대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내용은 없거든요. 산안법에라도 그런 내용을 넣을 수 있다면 어떨까 싶어요.
왜 눈에 보이는 큰 일만 산재라고 할까요
그런데 되게 큰 것만 산재라고 생각하는 거 같아요. 눈에 세제가 튀어도 산재잖아요. 오븐클리너 세제에 닿으면 피부가 까맣게 타요. 저도 다리에 흉터가 지금도 있어요. 그것도 산재죠. 펄펄 끓는 물에 독한 세제 써서 집기를 닦는데, 거기서 나오는 수증기도 몸에 해롭죠. 그런데 학교에서는 아직도 "그런 것도 산재가 돼요? 조리사님이 잘못한 건데 왜 산재예요?" 이런 분위기예요. 한 번은 급식실 후드 닦다가 눈에 세제 물이 튀었어요. 실명할 수도 있었죠. 병원에 바로 가겠다니까 학교에선 그랬어요. "행정실에 보고부터 하고 가세요, 실비 처리하세요." 사실 사고산재는 처리절차 간단한데, 학교들이 잘 모르거나 귀찮아하는 분위기가 있어요. 그러니 눈치 보여서 산재 신청 안 하는 분들도 꽤 있어요. 그런 인식들도 바뀌어야 할 거 같아요.
어려운 건 질병산재예요. 환자가 투병하면서 이게 산재라고 직접 증명하라는 건데 현실적으로 너무 어렵죠. 급식실 발암성분 관련해서 교육부가 학교들에 공문은 돌렸어요. 문제 있으면 보고하라고. 그게 아니라 전수조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환자가 얼마나 더 있을지 모르는 거잖아요. 그렇게 학교별로 알아서, 아프면 알아서 보고하라는 식으로 떠넘겨서는 해결될 수가 없어요. 교육부만 아니라 노동부도, 정부도 나서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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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병 넘어 암으로... '밥하느라 아픈 것'도 산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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