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전여농 전북연합은 순창군과 익산시에서 ‘여성농업인 영농여건개선사업’을 진행했다.
오은미
농민의 절박한 현장 목소리 들어야
오 회장은 전북연합 회장을 올해 처음 맡았다. 이전 회장이 전여농 회장으로 옮겨가면서 공석이 된 전북연합 회장의 남은 임기 1년을 떠안았다. 회장으로서 가장 힘든 게 무엇인지 물었다.
"사람이죠. 재생산이 안 되잖아요. 활동가도, 여성농민회 회원들도. 또 회원들이 거의 고령이세요. 기존 회원들이 칠십, 팔십이 기본이시고, 또 젊은 사람들은 시간이나 돈이나 이런 것들을 희생해야 한다, 그런 게 있어요. 하지만 회원들은 되게 보람을 많이 느끼세요. 활동가들이 계속 줄어드는 게 가장 힘들지만. 젊은 분들과 함께 하려고 노력하고 있죠."
전여농 측은 내년에 다시 시작되는 2년 임기 전북연합 회장을 오 회장이 계속 맡길 원한다고 한다. 하지만 그녀는 내년에 치러질 전북도의원 선거에 순창 지역구로 출마할 예정이다.
전북 순창에서 민주노동당으로 출마해 제8, 9대 도의원에 당선됐었던 그녀는 현재 진보당으로 도의원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현재 전북도의원은 더불어민주당 35명, 민생당 1명, 정의당 1명, 무소속 2명 등 총 39명이다. 진보당으로 도의원에 도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농민뿐만이 아니라 사회적 약자들, 청소년, 어린이, 여성 등을 위해 다양한 목소리를 내야죠. 또 그런 분들이 저희한테 오세요. 다른 데 가서 하소연을 해도 제대로 들어주질 않으니까. 구체적인 예로, 농민수당 문제로 우리가 전북도와 계속 싸우고 있잖아요. 근데 우리에게 도의원이 없다 보니까 별 무시를 다 받고 있는데, 정말 뼈저린 반성을 하면서 우리도 농민을 대변하는 의원을 만들자고 했죠. 그게 순창이에요."
농민을 대변하는 농민 출신 의원이 있는 것과 없는 것에 차이점은 무엇인가.
"농민을 대변하는 의원이 있으면, 우리가 하고 싶은 일을 의회에서 할 수 있어요. 제가 예전에 (도의회에서) 발언할 때 농민들의 절박하고 절실한 현장의 목소리를 그대로 전했어요. 개인적인 건 푸념이고 한타령이지만, 그걸 의회에서 하면 의제화가 되고 여론이 되죠. 주민들이 무엇을 원하시는지 현장을 보고 듣고, 생생한 목소리를 전달하고 해결하기 위해서 촉구해야죠."
농촌 삶 자체가 한 분 한 분 소중
오 회장은 대화 중간중간 울컥하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실제로 눈물을 몇 방울 떨어뜨리기도 했다.
"처절하고 치열하고 그러면서도 그 속에 웃음이 있어요. 하하하하. 자부심과 당당함이 있으니까, 누가 뭐라 해도 '우린 여성농민이다' 스스로 자부심이 있어요. 우리가 농사짓고 살아가는 게 '내가, 우리가 못 배우고 팔자가 사나워서' 그런 게 아니라, 농업과 농민회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에 대한 자부심을 가져야 해요. 좀 더 나은 삶을 위해 '이런 걸 같이 합시다' 이야기하다가도, 노래하다가도 정말 울컥울컥 할 때가 많죠. 어머님들 그런 모습엔 공감대가 있으니까, 서로 보면서 우는 것 같아요. 하하하하."
오 회장의 웃음소리에 눈물이 번졌다. 땅은 진실하지만 그 진실 속에는 농부의 고단한 노동이 담겨 있듯, 짠 눈물 속에도 찐득한 진심이 담겼으리라. 오 회장은 진심을 담아서 말했다.
"농촌에서 살아가는 삶 자체가, 한 분 한 분 소중해요. '그냥 내 팔자소관'이나, '내 무식의 소치'라고 그러시는데, 그렇지 않잖아요. 농민들이 있기에 사회가 유지되고 밥 세끼 먹을 수 있는 거잖아요. 그 고마움을 사회가 너무 몰라주죠."
오 회장과 함께 거닐며 순창읍 장터에서 만난 많은 주민들은 오 회장을 알은체 했다. 오 회장을 알아본 주민들은 한 목소리로 그녀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저렇게 희생하고 봉사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 여기 농민들은 다 알제. 을매나 우리덜 위해 애쓰는지."
흐르는 눈물을 닦다가 이내 웃고, 또 울컥하길 반복하던 오 회장. 그녀가 꿈꾸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농민이 행복하고, 살맛 나는 농촌을 만들어 보는 게 꿈이에요. 우리가 통일시대도 대비해야 하잖아요. 기후위기도 그렇고. 농업이 중요하거든요. 힘들지만, 계속 짓밟혀도 우린 죽을 수가 없어요. 하하하하. 제가 이 시대에 해야 할 몫이고, 감사하게 그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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