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의 첫머리오늘 서 있는 이 자리에 진정한 작가의 의자를 놓고 싶다고 말했다
박향숙
누구나 알고 있는 행복에 대한 명언들을 간단히 소개하고 행복이란 두 글자로 이행시를 지은 분께 초콜릿을 드렸다. 지금의 내 행복 근원에는 결혼 전에 부모요, 결혼 후에 남편의 배려와 지지가 1등이라고 말했다. 아이들이 커서 우리 부부 곁을 떠나는 시간이 많을수록 신기하게도 남편에 대한 의존도가 더욱 높아짐을 직접적으로 고백한 것이다.
일상의 주요 세 무대-학원일, 봉사일, 글쓰기 일-를 순차적으로 전했다. 특히 올해 주요봉사활동으로 시작한 필사시화엽서나눔을 함께 봉사해주심에 감사드렸다. 코로나로 답답한 일상을 벗어나기 위해 시작한 시 필사의 펄럭임 하나가 이제는 몇몇 문우들과 지역 학생들의 필사시화엽서제작으로 발전했고, 더 나아가 우리들의 엽서를 받으시는 무료급식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기다림을 꽃피웠다고 전했다.
우연히도 강연에 온 사람들 모두가 필사시화활동을 함께 해서 나의 말 한 마디에도 공감의 목소리로 화답해주었다. 봉사자들의 작품을 그냥 나눔만 하기에는 너무 아까워서 모음집으로 만들었던 시화집을 보이면서 내 두 번째 책 출간보다 더 더 의미있고 보람된 추억이라고 말했다. 시화집의 제목인 '<씨앗으로 영그는 소리>는 어느 시인의 시에서 나온 문구일까요?'를 퀴즈로 내니 안나샘이 '이해인 시인이에요'라고 답해서 역시나 시화집 표지그림 작가다웠다.
나의 평범한 일상인 일터와 봉사활동이 무대 위로 드러나게 된 결정적 토대는 바로 글쓰기라는 신세계가 열렸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말 그렇다. 오십 중년이란 단어가 노년을 앞둔 단순히 시간적 순서가 아니라 한 사람의 일생에서 가장 중후하고 중심이 되는 시기임을 글쓰기를 통해 처음 알았다. 인생길의 막바지라고 생각하고 보고만 있을 것인가 아니면 보이지 않는 구부러진 길 뒤에 있을 또 다른 세상을 만날 것인가를 밀도있게 사유하게 되었다.
나의 큰 바람 중 하나는 일 년에 한 권씩 책을 출간하는 일이다. 지역작가 에세이반이라는 문고리를 잡고 나니 이제는 그 고리를 단단히 잡고 싶다. 내년에는 어떤 종류의 이야기를 쓸 것인가 생각해보면 이미 기획안이 머리에 스친다. 중요한 것은 게르지 않고 꾸준히, 길든 짧든 매일 글을 쓰는 일이다. 이번 두 번째 출간도 꾸준하게 쌓인 글감을 재정리해서 내 삶의 서로 다른 영역을 볏 짚단 쌓듯 누적시킨 결과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아직도 늦지 않은 꿈에 대해서'를 말했다. 욕심 많을 수도 있지만 가장 큰 두 가지 줄기가 있다. 하나는 동네책방이든 동네 도서관이든 내가 가진 책과 함께 공공독서장소를 만드는 것이다. 그곳에서 책을 기부받고 기부하는 사람들과 돌고 도는 선 순환제도의 참 맛을 느끼고 싶다. 또 하나는 코로나 이후로 멈춰있는 해외 자원봉사와 지역의 낮은 곳에 있는 사람들과 공유하는 활동을 매일매일 생각하고 실천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