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무장단체 탈레반 조직원들이 8월 15일(현지시간) 수도 카불에 위치한 대통령궁을 장악한 모습. 아프간을 장악한 탈레반은 이날 대통령궁도 수중에 넣은 뒤 "전쟁은 끝났다"며 사실상 승리를 선언했다.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은 앞서 이날 탈레반이 카불에 입성한 직후 국외로 도피했다.
카불AP=연합뉴스
올해 7월 말, 탈레반 2인자인 물라 압둘 가니 바라다르가 중국 텐진에서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을 만났다. 실제로 왕이 외교부장과 물라 바라다르의 대화 내용은 공개되지 않아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중국이 아프가니스탄의 안정에 일정정도 이해관계가 있는게 맞다고 본다. 그 이유는 두가지다.
첫째, 중국은 경제적인 이유로 아프가니스탄의 안정이 필요하다. 중국은 아프가니스탄을 통해서 파키스탄과 다른 국가로 이어지는 교통망을 구축하는 일대일로 사업을 진행중이며, 아프간 최대 구리 광산인 아이나크 광산에 대해 30년간 탐사·채굴권을 확보하고 있다. 둘째, 지난 25년간 동투르키스탄 극단주의 조직이 성장해왔다. 동투르키스탄 이슬람 운동(ETIM)이라고 불리는 이 조직은 수십년간 중국 신장 위구르 자치구의 분리독립을 주장하며 직접적인 공격을 가했다. 20여년 전에 첫번째 공격이 있었고 20년동안 중국 정부는 ETIM의 동태를 우려하며 살피고 있다. 개인적인 분석이지만, 중국은 탈레반과 대화를 시작할 때 이 조직이 아프가니스탄을 본거지로 삼아 신장위구르 자치구를 공격하지 못하도록 해달라는 요청을 했다고 생각한다.
또한, 타지키스탄은 아프가니스탄 북쪽에 위치한 국가로 중국과도 국경을 맞대고 있다. 약 2주 전, 안사랄라라는 조직에서 전투원 수천명이 아프가니스탄과 타지키스탄 국경지역으로 이동했다. 하지만 타지키스탄 정부는 ETIM 조직원들이 타지키스탄을 통해서 중국으로 들어가는 것을 방지하려는 노력을 강화했고, 중국은 지역내에서 극단주의 테러 운동을 최대한 통제하고 격리하려고 하는 것으로 보인다. 불과 몇 달 전에 미국은 중국에 대한 전쟁의 일환으로 ETIM을 미국의 테러 조직 명단에서 제외시켰다. 어쩌면 미국은 이제 ETIM과 같은 조직을 자유를 위해 싸우는 조직이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베트남전에서 베트남을 구한 것은 베트남 민중, 아프간도 다르지 않을 것
센터: 아프가니스탄 문제에 대해 논의할 때 대다수의 진보 진영은 군사 개입과 경제 제재를 반대하고 난민을 수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표방한다. 현재, 아프가니스탄에서는 탈레반의 이슬람법 회귀에 반대하는 여성을 중심으로 전국적인 비폭력 시위가 일어나고 있다. 비자이 프라샤드는 다른 강연에서 아프가니스탄의 시민사회의 힘이 그다지 강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 이유는 무엇이며, 시민사회가 성장하고 강해지기 위해 어떠한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변화를 요구하는 아프가니스탄의 시위에 세계 시민사회가 어떻게 연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비자이: 복잡한 문제다. 개인적으로 종교적인 정부를 선호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한 국가의 정부를 다른 나라가 공격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탈레반 정부가 들어서면서 세속적인 집회의 기회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 보면, 아프가니스탄 민중을 믿어야 한다. 베트남을 생각해보자. 베트남 전쟁이 일어났을 때 서구의 진보적인 사람들이 달려가기도 했지만, 베트남을 구한것은 베트남 민중이었다. 이처럼 우리는 아프가니스탄 민중을 믿어야 한다. CIA가 개입해서 아프가니스탄을 좌지우지하지 않았으면 한다. 민중이 일어나서 아프가니스탄의 역사를 만들어 가기를 바라고 믿어야 한다.
센터: 현재 반탈레반 저항세력의 성공 가능성은 어느정도 있는가?
비자이: 오랜 전쟁으로 아프가니스탄 민중은 피로감을 많이 느끼기 때문에 무장투쟁은 거의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판시지르 지역에서 저항하던 아흐마드 마수드도 불과 며칠만에 저항을 포기해야 했다.
센터: 아프가니스탄이 여러부족들로 구성이 되어 있으며, 언어도 다리어, 파슈토어등의 조금은 다른 언어를 사용하고 있는데 현재 텔레반이 구성하는 정부는 통일된 행정체계를 구성 할 수 있을지?
비자이: 아프가니스탄의 구성은 다양하다. 물론 다수는 파슈토인이지만 타지크인도 많다. 예를 들어 아프가니스탄의 수도인 카불의 인구 50%가 타지크인이다. 아프가니스탄은 한 민족이 다수를 차지하고 나머지는 소수민족으로 나눠진 것이 아니라 여러 민족이 섞여 있는 것으로 보는 게 맞다. 역사적으로 보면 성공적으로 전국적인 단합을 이룰 수 있었던 정부가 사회주의 정부가 유일했다. 하지만 현재 탈레반 정부 내각 중 3명만이 파슈토인이 아니다. 예를 들어, 경제 부문 장관은 타지크인인데 이 장관도 오랫동안 탈레반에서 활동했던 원로였기 때문에 다양성이 부족하다. 그래서 현재의 탈레반 정부가 전국적으로 통합된 행정을 유지할 수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현재 탈레반 정부는 역내 국가들로부터 소수민족을 포용하라는 압력을 지속적으로 받고 있다.
센터: 현재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하고 있는 텔레반과 IS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비자이: 겉으로보면 차이가 없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탈레반은 아프가니스탄 세력으로서의 정체성이 확실하다. IS처럼 국제적인 이슬람극단주의 운동과의 차이는 여기에 있다. 물론 탈레반이 전적으로 아프가니스탄 민족주의 세력으로 볼 수 없겠지만, 아프가니스탄의 이슬람 세력이라는 것이 IS와의 큰 차이점이다.
센터: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비자이: 진짜 이유는 미국만이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두가지 정도의 이유를 유추해볼 수 있다. 첫째, 미국이 20년동안 아프가니스탄을 점령했지만 미래가 보이지 않았고,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트럼프가 철수를 시작해 바이든이 마무리한 것이다. 둘째, 미국에서 나온 군사 관련 서류들을 기반으로 분석해보면, 현재 미국이 가용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자산은 중국과 싸우기 위해 전환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생각해 보면 이는 굉장히 무시무시한 가능성이다.
센터: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행했던 악행을 찾아볼수 있는 기록들을 볼수 있는 자료가 있나.
비자이: 추천해 줄 수 있는 책은 없다. 하지만 다양한 웹사이트에서 많은 언론인이 미국이 자행한 드론 폭격을 기록하고 있다. 또한 인권운동가들도 아프가니스탄에서 발생하는 민간인 피해를 기록해오고 있다. 물론 실제 일어난 일에 비하면 아직 부족하기 때문에 계속해서 기록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프가니스탄 민중 투쟁의 시작은 여성들이었다
센터: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보도 문제에 대해 질문하고 싶다. 한국에서도 탈레반에 저항하는 여성들의 시위를 집중해서 보도하는 경향이 높다. 그것이 아프가니스탄 민중의 힘을 실어주는 방향이기도 하지만 탈레반을 나쁜 세력으로 보이게 하기도 하는데, 이런 보도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한국의 언론이 대부분 탈레반을 극악무도한 세력으로 보도되고 있는 것이 대부분이긴하지만, 진보 성향의 언론에서는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맥락의 지적도 나오고, 분쟁지역 전문 기자 등을 통해 미국과 아프가니스탄의 역사를 짚는 보도도 나온다. SBS의 경우 탈레반 대변인과 직접 인터뷰를 하는 보도도 있었다. 앞으로 한국에서 어떠한 관점의 보도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비자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아프가니스탄에서 가능한한 많은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탈레반의 목소리, 아프가니스탄에서 시위하는 젊은 여성들과 청년들의 목소리도 들어야 한다. 아프가니스탄 내의 그 누구 목소리도 외면해서는 안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대부분의 경우 여성의 교육을 주된 논점으로 삼는다는 것이다. 여성의 교육 문제는 분명히 중요하다. 하지만 이것이 아프가니스탄의 유일한 문제가 아님을 생각해야 한다. 현재 아프가니스탄 인구의 절반이 빈곤 속에서 살고 있는데, 탈레반 정부의 대변인과 대화할 때 탈레반 정부의 빈곤 종식을 위한 정책은 무엇인지 물어봐야 하지 않을까. 아니면, 아프간의 식량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광업은 어떻게 육성할 것인지, 백신접종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그리고 아프간의 교육은 어떻게 할 것인지를 모두 물어야 한다. 여성 교육 문제에만 중점을 두면 미국의 책임을 면제해주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다. 이 문제만 집중하면 문명국인 미국과 야만인인 탈레반의 대립관계로 프레임이 변하기 때문이다.
다른 세계에 대한 관심
센터: 비자이 프라샤드는 제3세계 해방운동 역사에 대해서 많은 연구를 해왔다. 특히 <갈색의 세계사>라는 책에서 이런 연구 결과를 잘 보여주었다. 아프가니스탄과 제3세계 국가의 역사를 보면 비슷한 패턴이 보인다. 제3세계 국가의 역사에서 배운 교훈 중에서 현재의 아프가니스탄에 적용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비자이: 한국이라는 아름다운 나라에 갈 때마다 한국은 아주 풍요로운 나라지만 동시에 많은 과제들과 난관들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 중 하나는 역사와 관련된 것이다. 한반도에서 최초의 사회주의 정당은 1925년에 설립되었다. 이는 아프가니스탄보다 40년이 빠르다. 또한, 한국에서는 독재정권의 탄압이 가장 심했던 순간에도 학생, 농민, 노동자들이 맹렬한 투쟁으로 자유를 쟁취했다. 내가 한국에 처음 왔을 때가 1990년인데, 그 당시 한국의 농민 투쟁을 직접 볼 수 있었다. 정말로 놀라운 경험이었다. 하지만 외부에서 한국을 볼 때 편견을 가지고 보기도 한다. 예를 들어, 동양인은 모두 유교의 전통이 있어 상명하복의 문화가 있다는 식이다. 이런 편견은 한국의 깊고 기나긴 투쟁의 역사를 지우기도 한다.
이처럼 제3세계를 보는 눈은 편견으로 가득차 있다. 그래서 편견을 넘어서는 것이 중요하다. 아프가니스탄은 한국과 다르지 않게 사람들이 사는 곳이다. 아프가니스탄에도 기나긴 투쟁의 역사가 있고, 패배한 투쟁의 역사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공중 폭격으로 그 누구도 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서방의 이러한 방식은 없어져야 한다. 미국이 중국과 전쟁을 선포하면 신장 위구르 자치구 사람들을 구할 수 있을까? 미국은 관타나모 수용소에서 포로를 고문하면서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서 일어나는 일을 어떻게 비판할 수 있을까? 언론에서는 어떤 국가가 경찰국가라는 말을 많이 한다. 세계에서 인구대비 수감자률이 가장 높은 나라가 어디인가? 아프가니스탄인가? 중국인가? 아니다 미국이다.
지금까지 역사로부터 배운 교훈은 우리는 한 국가를 대할 때 진지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세계 모든 언론인은 한 나라를 볼 때 기본적인 질문을 해야 한다. "이 나라에는 굶주린 사람들이 있는가?" 예를 들어 여성 교육에 집중하는 사람들 중에서 다수가 아프가니스탄 내의 기아 문제에 대해서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나도 여성 교육 문제에 대해 많이 관심을 가지고 걱정하고 있다. 동시에 아프가니스탄의 식량난 문제도 우려된다.
어린시절, 시험공부를 할 때 기름을 태워서 불을 밝히는 등불로 시험공부를 했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모든 집에 전기가 공급되면 어떨까 상상해 본다. 얼마나 많은 어린 여자아이들이 침대에 누워서 소설을 읽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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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전역에 전기 공급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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