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6월 30일 경기 고양시 어울림누리 별무리경기장에서 열린 '서해선 대곡-소사 복선전철' 개통 기념식을 마친 뒤 이동하며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두 사건의 공통점은 주민들이 바라던 SOC(Social Overhead Capital, 사회 기반 시설) 사업을 정부여당이 정치적으로 이용했다는 데 있다. 대곡소사선 개통식에선 정부가 야당 국회의원과 지방자치단체장을 배제했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은 대통령 배우자 일가와 관련한 의혹이 제기되자 정부가 수 년간 추진됐던 고속도로 사업을 돌연 백지화했다.
지난 6월 30일 경기 고양에서 열린 서해선 대곡소사 구간 개통식에선 고양시에 지역구를 둔 야당 국회의원들이 초대받지 못했다가 번복되는 촌극이 벌어졌다. 반면 몇몇 유튜버나 여당 당협위원장 등의 인사는 초청장을 받고 고양시 개통식에 참석해 논란이 일었다. 국토교통부의 행사 초청 기준이 오락가락했다는 지적이 뒤따랐다(대곡소사 구간의 또다른 축인 부천의 지역구 국회의원들은 부천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했다).
개통식 야당 배제 논란 발생 얼마 뒤, 원희룡 국토교통부장관의 입에서 '폭탄'이 튀어나왔다. 수도권 동부의 정체 해결을 위해 건설되는 서울-양평 고속도로와 관련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일가 수혜 논란이 불거지자, 주무부처 장관인 원희룡은 고속도로 건설 사업 백지화를 선언했다. 7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 나선 원 장관은 "인사책임을 각오한 독자적 결단"이라며 그 원인으로 '민주당발 가짜뉴스, 날파리 선동'을 들었다.
백 번 양보해 개통식에서의 촌극은 시민들에겐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야당 인사가 개통식에 배제됐다고 해서 철도의 성능에 문제가 생기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서해선은 오늘도 많은 승객을 실어나르고 있다.
그러나 고속도로 건설 백지화는 완전히 다른 문제다. 서울-양평 고속도로는 지역 정치인은 물론, 지역주민들 역시 추진을 위해 오랜 기간 힘을 모았던 사업이다. 어디 인력뿐일까. 추진 과정에서 건설 타당성을 조사하고, 환경과 노선에 대한 평가를 이어가는 등 수많은 예산이 삽을 뜨기도 전에 쓰였다.
철도·고속도로 건설 계획은 본격 착공 이전부터 수많은 세금을 먹고 자라난다. 수천억 원, 많게는 수조 원에 이르는 사업을 위해 검토하고 거쳐야 할 단계가 많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가 실시하는 예비타당성조사, 환경부가 참여하는 전략환경영향평가 등은 다른 부처에서도 인력과 예산을 투입한다.
하지만 장관의 '백지화' 한 마디에 조사와 평가의 이유가 사라졌다. SOC 사업 건설에 앞서 사용된 세금이 공염불이 되게 생겼다는 뜻이다. 그 과정에서 정치 생명을 걸겠다던 원희룡 장관은 추진되던 사업이 갑자기 동력을 소실했을 때 매몰되는 혈세에 대한 책임은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고속도로 백지화 선언에 가려진 '백지화된 사회적 비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