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
GeorgeRudy
[고려사항②] 개선의 기회 부여
위 판결이 있고 난 이후 하급심 판결에서는 ① 평가 제도의 공정성 ② 평가 과정의 공정성 ③ 저성과자에 대한 재교육이나 직무재배치 등 개선 기회를 부여하였는지 여부 ④ 개선 기회를 부여한 이후 근로자의 개선 의지나 적응능력 등은 어떠했는지 등의 징표(서울고법 2017. 1. 11. 선고, 2016누58064 판결 등)를 통해 저성과자 해고의 당부를 판단해 왔다. 이에 근거하면 저성과자라고 하더라도 곧바로 해고하는 것은 부당하며 대상자에게 성과개선을 위한 교육 등 기회를 부여하여야만 정당성이 인정된다.
여기에 올 초 대법원은 위 법리를 발전시켜 통상해고의 정당성 판단기준을 제시하였다. 대상 사건에서 피고 B사는 2012년부터 2014년까지 3년 동안 성과 평가 결과를 기준으로 하위 2%에 해당하는 과장급 이상 직원 65명에게 약 10개월 동안 직무교육을 실시하고 2016년 1월 18일 부서로 재배치했다.
그러나 원고 과장 등은 2016년 상반기 성과평가에서 최저등급을 받았고, B사는 이것이 취업규칙상 해고사유 중 하나인 '근무성적 또는 능력이 현저하게 불량하여 직무를 수행할 수 없다고 인정되었을 때'에 해당한다며 원고 과장들을 해고하였다(대법원 2021. 2. 25. 선고, 2018다253680 판결).
특히 이 사건에서 법원은 원고 과장들이 직무재배치 이후 부서 공동업무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고 업무능력을 습득하려는 의지가 부족하다는 평가를 내린 회사의 평가가 타당하다고 판단하며, 그 근거로 재배치 전 업무향상계획서의 제출을 거부하였다거나 재배치 이후 다면평가에서 능력부족 등의 평가를 받은 것을 들었다. 이는 쉽게 말해, 회사가 노력하였으나 당해 저성과자들이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인 것까지도 해고의 정당성 여부를 판단하는 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사용자는 객관적 성과평가, 노동자는 개선 의지
근로기준법상 근로계약은 노동자가 자신의 노동력을 제공하면 사용자가 그 대가로 임금을 지급하기로 하는 쌍무계약이므로, 노동자는 업무의 정상적인 수행에 필요한 최소한의 가치를 가진 노동력을 제공해야 한다. 이를 일상적인 거래에 비유하면 상인이 시장에서 사과를 팔고 돈을 받을 때 '최상 등급의 사과'까지는 제공할 의무가 없더라도 적어도 '먹을 만한 사과'는 팔아야 한다는 말이다.
하지만 그 사과가 과연 '먹을 만한 사과'인지는 판단하는 주체마다 다를 수 있기 때문에 단순히 '푸석푸석하다' '과즙이 없다'라는 주관적인 평가만으로는 부족하다. 가장 명확한 방법은 당도 측정기기를 가져와 '이 사과는 평균적인 사과 당도에 얼마만큼 미달한다'고 보여 주면서 교환이나 환불을 요구하는 것이다.
이러한 논리에 따라 사용자는 단순히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다'라는 이유가 아니라 '어떠한 부분이 얼마만큼 부족하다'라는 객관적인 증거를 가지고 성과 평가를 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⑴ 평가 항목에 성실성 등 주관적 태도뿐만 아니라 매출과의 연관성, 성과기여도 등 객관적인 지표를 포함하고 ⑵ 1인의 평가자가 아니라 상급자 · 동료 등 다수의 평가자로부터 얻은 데이터를 가지고 객관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제도 도입이 어렵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필요도 있다.
있던 사람을 고쳐 쓰는 게 사람을 새로 뽑는 것보다 여러모로 효율적이기에 회사는 저성과자의 객관적 성과를 향상할 수 있는 교육 내지 재배치 등을 시행하게 된다. 이때부터 공은 대상 노동자들에게 돌아간다. 자신이 적어도 '먹을 만한 사과'가 되기 위해서 최소한의 노력을 다해야 함은 당연하고, 사용자가 요구하는 성과 수준이 말도 안 되게 높은 경우가 아니라면 의욕적으로 덤벼들어 회사의 기대와 신뢰에 부응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만일 이런 과정을 거치며 오랜 기간 기회를 줬는데도 성과가 없다면 그때 회사는 '해고'라는 말을 꺼낼 수 있다. 그러니 사장님은 일 못 하는 직원이 있더라도 인내심을 가지고 충분히 기회를 주고, 노동자들도 주어진 업무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을 다하자.
저성과자 해고는 십중팔구 노동위원회나 법원으로 향한다는 점에서 노사가 서로 얼굴을 붉히기 전에 서로 계약상 최소한의 의무를 다하는 것이 불필요한 다툼을 줄일 최선의 처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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現 조은노무법인 공인노무사, HR컨설턴트(위장도급/산업안전보건 등) // 前 YTN 보도국 영상취재1부 영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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