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족부에서 낸 ‘2021년 가족사업안내’에 나와있는 통번역 전담인력의 복무내용 및 임금기준. 근로계약서에 들어갈법한 내용들이 나온다.
김호세아
9월 27일 이주여성들이 임금-인종차별에 항의하여 여성가족부가 있는 정부서울청사와 청와대로 행진했다. 일터에서 임금차별을 받았다면 사용자인 센터장에게 항의해야 하는데, 왜 여성가족부와 청와대로 갔을까?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일하는 이주여성 노동자들의 임금기준과 업무 내용 등을 여성가족부가 지침을 통해서 내려주고 있기 때문이다. 위의 사진만 보면 여성가족부가 이주여성 통번역사들의 진짜 사장인데 이들을 현행 노동법상 진짜 사장으로 보기 어렵다.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일하는 이주여성 노동자들은 모두 민간위탁을 통한 간접고용 구조에 있기 때문이다.
'2021년 가족사업안내 지침'을 보면 통번역사의 경우 여성가족부에서 근무시간을 정해주고, 월별 업무보고서는 한국건강가정진흥원을 통해서 여성가족부로 전달된다. 진짜 사장이 지침을 통해 이주여성 노동자의 복무지침을 내려주는 것이다. 임금에 대한 기준도 정해주고 있다. 2021년 최저임금 대비 7%이상 지급 또는 2020년 임금기준 대비 3%이상 지급을 명시하고 있다.
다문화가족지원센터의 이주여성 노동자들은 각자 소속된 센터장과 근로계약을 맺지만 자신들의 차별의 근원은 이 모든 임금체계 등의 구조를 만들어 낸 여성가족부에 있음을 모두 알고 있다. 그래서 이들의 발걸음은 각자의 센터가 아니라 여성가족부와 더 나아가 정부기관의 대표자가 있는 청와대로 향했던 것이다.
지난 6월 중앙노동위원회는 CJ대한통운이 택배노조의 교섭요구에 응하지 않고 그 사실을 공고하지 않은 것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며, 사용자는 노사의 자율적 선택에 따라 단독 내지 대리점주와 공동으로 노조와의 단체교섭에 성실히 응하라는 주문을 내렸다. 중앙노동위원회 판정서에선 다음과 같은 내용을 볼 수 있다.
- 노동관계법령을 입법할 때에는 노동3권의 헌법적 의미와 직접적 규범력을 존중하여야 하고, 이렇게 입법된 법령의 집행과 해석에 있어서도 노동3권의 본질과 가치가 훼손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
- 근로자와 직접 근로계약 내지 사용종속적 노무제공계약을 체결한 원사업주가 아닌 사업주가 부분적이더라도 원사업주 소속 근로자의 기본적인 노동조건 등을 지배‧결정하는 법률적 또는 사실적인 권한과 책임을 가지는 이상 그 권한과 책임에 상응하고 노동조합법상 사용자로서 단체교섭 의무를 부담하는 것이 합당하다.
- 이는 우리 헌법이 노동3권을 기본권으로 보장하면서 노동조합법에서 노동3권을 구체화하고 이를 침해하는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를 금지하는 입법목적과 취지 및 그 내용에도 층실한 해석이다.
- 이와 같이 해석하지 않는다면, 원 사업주가 아닌 사업주가 노동조건 등을 일정 부분 지배‧결정함에도 불구하고 근로자는 자신의 노동조건 등에 대해 단체교섭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되고, 그 노동조건 등에 대한 근로자의 단체교섭권이 본질적으로 제약된다.
- 또한 원사업주로서도 자신이 지배‧결정하지 아니하는 노동조건 등에 대해서까지 노동조합법상 단체교섭 의무를 전적으로 부담하게 되는 불합리한 결과를 가져온다.
- 근로기준법이 현실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는 자에 대하여 국가의 관리‧감독에 의한 직접적인 보호의 필요성이 있는가라는 관점에서 개별적 근로관계를 규율할 목적으로 제정된 것인 반면, 노동조합법은 헌법에 의한 근로자의 노동3권 보장을 통해 근로조건의 유지‧개선과 근로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 향상 등을 목적으로 제정되었다. 이러한 노동조합법의 입법목적과 근로자에 대한 정의규정 등을 고려하면,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노무제공관계의 실질에 비추어 노동3권을 보장할 필요성이 있는지의 관점에서 판단하여야 하고 반드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한정된다고 할 것은 아니다.
- 노동조합법의 입법취지에 비추어볼 때, 노동조합법상 사용자는 노무제공자와 근로계약 또는 사용종속적 노무제공계약을 체결한 당사자인 원사업주에 한정되는 것은 아니며, 원사업주 이외의 사업주라 할지라도 원사업주 소속 근로자의 노동3권에 대해 수인‧응낙 의무를 부담하거나 이들의 노동3권을 사실상 침해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는 자도 노동조합법상 사용자로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 근로자와 사용종속적 노무제공계약을 직접 체결한 원사업주뿐만 아니라, 원사업주가 아닌 사업주라 할지라도 원사업주 소속 근로자의 기본적인 노동조건 등에 관하여 일정 부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는 노동조합법상 단체교섭 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로 인정된다. 이 사건 사용자는 비록 이 사건 대리점 택배기사의 원사업주는 아니지만, 이 사건 노동조합이 요구한 6개 교섭의제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지배·결정권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되므로, 이 사건 사용자는 노동조합법상 단체교섭 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에 해당한다.
위의 내용들을 정리하자면 근로기준법상 사용자가 아니더라도 원사업주 소속 노동자의 노동조건 등에 관하여 일정부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는 노동조합법상 단체교섭 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라는 것이다.
위의 판정내용들을 바탕으로 다문화가족지원센터 통번역사(이주여성)들의 사례로 돌아가보자. 이주여성 노동자들의 통번역 업무는 여성가족부의 다문화가족 특성화사업 운영에 본질적이고 핵심적인 요소로서 각 센터 통번역사들은 여성가족부의 다문화가족 특성화사업의 수행에 필수적인 통번역서비스(현장에서 매우 중요하다) 노무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각 센터 통번역사는 여성가족부가 구축·관리하는 다문화가족 특성화 사업 시스템에 편입되어 있고(업무보고 시스템에서 볼 수 있듯이), 특히 여성가족부가 위탁하는 다문화가족지원센터의 각 센터 통번역사 통번역 등의 노무를 제공하고 있는 것과 관련 구조적인 지배력 내지 영향력을 갖고 있다. 이는 가족사업 안내에서 이주여성 노동자들의 업무시간과 내용을 결정하고, 임금 등을 결정 하고 있는 것들을 볼 때 명확한 사실이다.
다문화가족지원센터의 수많은 이주여성 노동자들은 여성가족부 장관과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는다. 하지만 여성가족부가 이주여성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에 미치는 여러 영향력들을 보았을 때 이들이 노동조합법상 사용자의 의무를 지는 것이 타당해보인다.
여성가족부에서는 자신의 사용자성에 대해서 거세게 저항을 하겠지만, 다문화가족지원센터 이주여성 노동자들은 CJ대한통운과 택배노조와의 사용자성 문제를 보았을 때, 노동조합에 가입해서 여성가족부에 단체교섭 요구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진짜 사장 정부는 책임을 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