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라봉 전망대에서 찍은 열두굽이길상라봉 전망대에 올라서니 지나온 열두굽이길이 한눈에 보였다.
백종인
흑산도는 목포 앞바다에 무수히 떠 있는 섬들을 뚫고 빠져나와 쾌속선으로 2시간을 가야 만날 수 있는 먼 섬이다. 그러나 우리에게 '흑산도'라는 이름은 어릴 적에는 이미자의 <흑산도 아가씨>라는 노래로, 최근에는 김훈의 소설 <흑산>과 영화 <자산어보>의 배경으로 친숙하다. 역사적으로도 장보고가 터를 닦고 이후에는 정약전, 최익현 등이 유배 온 유서 깊은 곳이기도 하다.
섬 자체로의 경관이 빼어난 데다 장도, 영산도 등 인근 섬까지 연결하면 어디와 견주어도 손색없는 관광 명소가 될 법도 한데, 지금은 아우 격인 홍도에 밀려 홍도를 가기 위해 쉬어가는 곳이 되었다.
홍도 관광을 마친 후, 9월의 마지막 날을 흑산도에서 보내기로 하였다. 단순한 징검다리가 아닌 흑산도 자체를 즐기며 소설 <흑산>과 영화 <자산어보>의 흔적을 찾아보고 싶었다.
열두굽이길을 넘어 가면 보이는 풍경
홍도(
관련 기사)에서 떠난 배가 흑산도 예리항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4시. 배에서 내리자마자 마치 납치라도 되듯 안내되어 일주도로 관광택시에 몸을 실었다. 원래 계획했던 일정이고 섬을 한 바퀴 돌면서 전체를 살피기에는 안성맞춤이기도 했다.
택시 기사는 무성영화 시대의 변사 같은 목소리로 흑산도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명소들을 빠르게 설명하고 안내했다.
1984년에 착공하여 27년 만에 개통한 흑산도 일주도로는 최초의 정착촌이었던 진리에서 여객선 터미널이 있는 예리항까지 이어진 총 길이 25.4km에 이르는 섬 전체를 둘러볼 수 있는 도로이다.
차를 타고 설명을 들으며 검푸른 바다 위 다도해의 황홀한 비경을 한눈에 볼 수 있으니 훌륭한 관광 상품이기도 하거니와 산길을 걸어야 했던 흑산도 주민에게는 생활의 척추 같은 길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