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6. 18.자 피고 박병석(국회의장) 답변서 중 일부
최정규
책임 회피
"외눈박이"는 자연 상태에서 16,000분의 1의 확률로 발생하는 기형으로 알려져 있고, 피고 곽상도는 "외눈박이"에 대해 한쪽 눈만 가지고 태어난 사람을 본 적 없어 만화나 동화 속의 가상 개체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실제 인물인 이 사건 원고가 당사자 적격이 맞는지도 의문입니다." - 2021. 6. 4.자 피고 곽상도 제출 답변서 일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아홉 개의 머리를 가진 히드라처럼 서로 다른 주장이 동시에 분출되는 모순적 현상에 가장 잘 부합하는 일반적인 표현이 '정신분열'이라는 용어이다." - 2021. 5. 28.자 피고 조태용 제출 답변서 일부
이광재 의원을 제외한 5명의 국회의원들은 장애인을 비하할 의도가 없었다는 책임회피식 주장만 하고 있다. 오히려 법원에 제출한 답변서 내용은 장애 당사자들을 비하하는 것으로 오해될만한 소지가 있다. 이러한 국회의원들의 주장은 해당 발언을 듣고 모멸감을 느낀 장애인만 탓하는 것으로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으로서 용어 사용에 신중을 기했어야 할 의무를 다하지 않은 부분에 대한 진지한 반성이 결여된 것이다.
또한 첫 변론기일이 지정되자 곽상도, 허은아, 조태용, 윤희숙, 김은혜 의원은 약속이나 한 듯 '변론기일이 국정감사 기간과 겹쳐 참석할 수 없다'며 '국정감사 기간이 종료되는 12월로 변경해 달라'는 '변론기일 변경신청서'를 지난 8월 말 일괄적으로 제출했다.
법원은 이 신청들에 대해 불허하였으나, 박병석 국회의장과 조태용 의원은 기일에 불출석하겠다는 불출석사유서를 법원에 제출한 상태다. 변론기일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진정한 정치
정치적, 사회적 영향력이 있는 국회의원들이 상대방을 비하, 조롱, 비난, 모욕 등 공격의 도구로써 열등한 존재 혹은 혐오의 의미로 장애인이나 장애인비하 용어를 공연하게 언급하고 사용하는 것은, 다른 잠정적 발화자에게 장애인 집단에 대한 편견과 고정관념을 고무시키는 한편, 장애인 당사자들에게 상처와 고통, 수치심, 모욕감과 좌절감뿐 아니라 자기 비하나 자기 부정을 야기하는 등 장애인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한다.
2019년 11월 25일 인권위 결정문에 담긴 내용이다. 이 사건 소송 제기 이후인 7월에도 김두관 의원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비판하며 '자신이 검찰 수장이었음도 기억 못 하는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것'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등 장애인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하는 용어 사용은 계속 반복되고 있다.
인권위 결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장애인비하발언을 계속 반복적으로 생산해 내고 있는 국회의원들, 재발방지대책을 만들라는 인권위 의견표명은 법적 구속력이 없다며 애써 외면하고 돌아서는 국회의장.
프랑스의 정치학자 자크 랑시에르는 '정치 바깥에서 배제된 자들이 정치인의 몫을 주장하는 것이 진정한 의미에서 정치'라고 했다. 장애인 당사자들이 용기를 내어 제기한 이 사건 소송에서 국회의장과 국회의원들이 머리를 맞대고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진정한 정치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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