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 State Holidays
김정화
미국의 공휴일은 한국의 법정 공휴일과 달리 법으로 정한 유급 휴일이 아닙니다. 따라서 연방 및 주 공휴일에 회사가 문을 닫는다면 원칙적으로 직원은 임금을 받지 못합니다. 하지만 고용주가 이런 공휴일에 쉬어도 직원에게 임금을 지급하는 혜택을 제공함으로써 노동자의 일년 수입을 보장함과 동시에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입니다.
고용주는 법이 강제해서가 아니라 자발적 결정에 의해 사업체 문을 닫고, 직원에게 임금을 지급하는 공휴일을 정합니다. 공휴일 가운데 새해 첫날, 프레지던스 데이(워싱턴 생일), 메모리얼 데이(현충일), 독립기념일, 레이버 데이(노동절), 추수감사절, 추수감사절 다음날(블랙 후라이데이), 그리고 크리스마스는 많은 회사가 공휴일로 정한 날입니다.
아무리 법적 강제성이 없다고 하지만, 한국으로 치면 명절에 해당하는 날에 출근해서 일하라고 하는 회사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소매업체조차 부활절, 추수감사절 그리고 크리스마스엔 문을 닫으니까요. 가주 코스트코(Costco)의 경우, 대부분의 연방 공휴일에 매장문을 열지 않습니다.
Employee Handbook 그리고 고용 문화
한국의 근로기준법과 달리, 사기업이 노동자에게 유급 휴가와 공휴일에 쉬면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법이 캘리포니아주에는 없습니다. 다만 만일 고용주가 유급휴가인 PTO를 제공하고 있다면, 노동자가 해당 년도에 쓰고 남은 PTO를 익년 이월 가능하도록 법으로 만들었습니다.
캘리포니아주는 미국내 어떤 주보다 노동자에게 법이 유리하게 돼 있습니다. 노동자가 어떤 이유로 PTO를 다 쓰지 못했다면 다음 해에 받는 PTO 위에 작년에 남은 일수를 더할 수 있습니다. 다만 축적 한도가 있어서 일정 일수가 쌓이게 되면 더 이상 늘지 않기 때문에 사용하지 않으면 손해가 됩니다.
이렇게 축적된 유급휴가를 결혼식 후, 두 달 동안 신혼여행을 다녀오는데 쓴 제 상사도 있었고, 재작년 제 직장 동료도 3주 동안 스위스에 있는 친척을 방문했습니다. 저도 2주 휴가내서 한국에 자주 다녀오곤 합니다. 올해 7월 말 은퇴한 제 직장 동료는 워낙 PTO가 많이 남아 있었던 관계로 이걸 정산했더니, 한달치 월급에 가까운 금액이었답니다.
미국은 법에 의해 일괄적으로 직원들에게 유급 휴가를 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회사마다 Employee Handbook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회사가 직원에게 제공하는 각종 혜택(Benefits), 유급휴가, 휴식 시간뿐만 아니라, 회사내 규칙 등에 대한 내부 법규입니다. 노동자는 Employee Handbook에 적힌 규정에 따라 일년에 몇일 유급휴가를 받는지 알 수 있습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Employee Handbook의 내용은 일률적이지 않고, 회사마다 다릅니다.
미국의 모든 직장이 직원에게 유급휴가를 주는 것은 아닙니다. 또한 노동 환경이 사업체가 위치한 주에 따라 편차가 심합니다. 예를 들어, 알라바마, 미시시피, 테네시 주는 최저임금에 대한 규정조차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동법에 규정이 없는 유급휴가를 직원에게 주는 이유는 그것이 이곳의 고용 문화이기 때문입니다. 만일 미국 전역과 전세계에 사업체를 가지고 높은 영업 이익을 내는 글로벌 기업이 법이 강제하지 않기 때문에 직원에게 유급 휴가 하루 내어주지 않는다면 매우 인색하게 느껴질 것입니다.
또한 사용자가 노동자에게 유급휴가를 제공하는 이유는 우수한 인력을 유치하기 위해서이기도 합니다. 좋은 노동 조건을 제시해야 능력있는 직원들이 오래동안 그 회사에 근무합니다. 그래서 좋은 직장일수록 직원들이 돈 받고 쉬는 날이 더 많아집니다. 동일 업종 직업 가운데, 월급이 비슷하다면 노동자 입장에서는 혜택이 더 좋은 직장을 선택하는 건 당연한 일일 겁니다.
하지만 직원들에게 일 년에 유급휴가 20일 씩 내줄 형편이 안되는 사업체도 분명 존재합니다. 직원 수가 적어서 한 명 결근해도 운영이 어려운 소규모 비즈니스도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진입 장벽이 낮은 커리어 초반 직종의 경우, 고용주가 베네핏을 제공하면서까지 인력을 유치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어떻게 보면 나라가 사기업이 직원에게 주는 유급휴가 일수를 정해주기 보다는 기업이 알아서 하도록 하는 것이 현실적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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