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대문화유산 제 3호로 등록된 홍도 등대 등대에 불이 들어왔으나 노을은 구름이 다 삼켜버렸다.
백종인
일단 짐을 풀고 등대로 향했다. 저녁노을을 향한 일말의 희망을 품고 해발 89m의 또 다른 산봉우리 위에 있는 등대를 찾아갔다. 오후 여섯 시. 이쯤 되면 서쪽 하늘이 붉어야 하지 않겠는가?
등대로 가는 길은 아랫길 윗길 두 가지인데 민박집 아주머니 말이 산길인 윗길로 올라 아랫길로 내려오란다.
등대는 뒤쪽으로는 절벽이 있는 높은 산이 있고 앞쪽은 보석 같은 바위가 떠 있는 바다가 보이는 풍수지리 좋은 터에 낙락장송으로 꾸며진 정원까지 갖추고 있었다. 등대에 불이 들어왔으나 노을은 없었다. 구름이 다 삼켜버렸다. 이번에는 운이 좀 모자란다고 할까?
등대에서 내려오는 길은 너무도 좋았다. 전체가 데크로 이어지며 바다를 보면서 내려올 수 있었다. 노을만 졌으면 내 몸도 마음도 모두 붉게 물들었을텐데. 아쉬움을 떨치기 힘들었다.
민박집으로 돌아오니 아주머니가 물질로 직접 채취한 홍합을 넣어 부친 부침개, 톳나물, 그리고 직접 잡은 게로 만든 양념게장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두런두런 사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초등학교를 마치기 전에 떠난 아이들, 목포에 사는 자녀들, 평생을 이곳에서 보내다 보니 떠나기 어려운 사정, 텃밭을 제외하면 벼 한 포기 자랄 땅이 없는 이곳. 그래도 이제는 군에서 쌀을 주고, 어디를 가든지 도서민에게는 뱃값이 1000원이라 먹고 사는 데는 지장이 없단다. 다음 날 아침밥을 먹으면서 이야기는 계속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