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2월 정의당 비례대표 후보로 출마했던 신장식 변호사 모습(전 정의당 사법개혁특별위원장). 그는 지난 8월 말 첫 방송을 한 TBS FM <신장식의 신장개업>에 출연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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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장식 변호사는 인코딩(기호화)과 디코딩(기호 해체) 이야기로 시작했다. 쉽게 말하면, 메시지 전달이란 내 의도와 감정을 메시지에 담아 보내고 상대방이 메시지를 풀어 해석하는 과정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흔히들 얘기하는, "말을 했는데도 왜 못 알아들어!"라는 불만에 대한 답이다. 말하자면, 당신의 메시지는 제대로 인코딩(기호화)되지 못했거나 상대방에게 제대로 디코딩(기호 해체)되지 못했다.
어쨌든 정치인은 시민을 향해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의무를 진 사람들이니, 그러므로 자신의 발언이 오해되지 않고 의미 그대로 상대방에게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될 수 있는 '정치적 말하기'를 고민해야 한다. 가장 적합한 인코딩을 통해 상대방의 디코딩을 변화시키는 기술, 이게 바로 신장식 변호사가 정의하는 '메시지 수사학'이다.
그는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가 과거 정의한 '에토스-파토스-로고스' 이야기도 했다. 쉽게 말하면, '그런 말 할 만한 양반이'(에토스) '그럴듯한 논리로'(로고스) '그대를 감동시키는 말(파토스)'을 하면 100점이라는 설명이었다. 그에 따르면 정치인의 모든 것이 메시지이니, 발언뿐 아니라 시간과 장소, 상황에 따라서 자신의 말투와 복장, 표정과 몸짓을 달리해야 한다고 그는 조언했다.
정치인이라면... 제발, 화내며 연설하지 마세요
그는 선거유세에서 꼭 지켰으면 하는 몇 가지 원칙도 건넸다. 우선 선거연설의 처음이자 끝이라 할 수 있는 '출마의 변'을 잘 써야 한다고 했다. 살아온 인생을 나열하는 방식만큼 따분한 방식이 없으니 삼가고, 대신 내가 왜 출마했고 왜 나를 찍어야 하는지를 잘 정리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특히 공감 갔던 부분은 '제발 화내며 연설하지 말라'는 지적이었다. 나는 아직 공직선거에 출마하거나 유세차를 타며 마이크를 잡아 본 적이 없다. 그래서 마이크를 잡고 핏대를 세우며 고함을 치는 내 모습을 상상해 보곤 했다. 그런데 신장식 변호사의 말을 듣고 나니, '절대 화는 내지 말아야지'라고 다짐하게 되었다. 누구나 부조리한 세상에 화를 쏟아낼 수 있지만, 그 분노를 투명하게 정제해서 세상을 바꾸는 연료로 바꿔내는 게 지역 정치인의 일이기 때문이다. 그 일 잘 하는 사람 뽑자고 하는 게 공직선거인데, 후보가 오히려 날 것 그대로의 분노를 쏟아내서야 되겠는가.
유권자를 가르치려고 들지 말아야 한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설득하려는 사람들이 가장 쉽게 빠지는 함정이 바로 '가르치려 드는 것'이라고 한다. 젊다고 예외는 없다. 동네 문제를 다른 누군가보다 내가 더 자세히 알아봤고 이야기도 더 많이 들었으니, '그러므로 내 의견이 옳고 내가 말하는 방법이 좋다'는 착각은 사람이면 누구나 하기 마련이다.
유권자는 답을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