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등성이 위에 조성된 구절초 꽃밭. 자생하는 구절초는 빽빽한 군락이 있긴 하지만, 여기저기 듬성듬성 피었는데 키나 기세가 저마다 달랐다.
장호철
심어서 가꾼 아스타 꽃밭은 가지런하게 양탄자처럼 깔려 있다. 그러나 우리 산과 들에 자생하는 구절초는 빽빽하게 자란 군락이 있긴 하지만, 여기저기 듬성듬성 피었는데 키나 기세가 저마다 달랐다. 구절초도 국화과 산국속에 속하는 식물이지만 산국, 감국과는 분명히 구별된다.
구절초와 이른 감국, 그리고 억새와 풍차가 어우러진 풍경
구절초 사이로 어쩌다 눈에 띄는 연보랏빛 꽃은 쑥부쟁이다. 이 둘을 헷갈리곤 하니, 지인이 '백구자쑥'이라고 정리해 주었다. 꽃 모양과 잎도 다르지만, 무엇보다 둘의 차이는 빛깔이다. 하얀 꽃이 구절초고, 자줏빛이 나는 놈은 쑥부쟁이다. 쑥부쟁이는 같은 국화과지만 참취속이라 잎이 다르다. 쑥잎을 닮았다면 그건 볼 것 없이 구절초다. 쑥부쟁이는 이름과 달리 길고 가늘며 좁은 잎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풍경마다 렌즈를 들이대다 보니, 어디에서든 진득하게 풍경을 감상하기가 쉽지 않다. 마스크를 쓴 데다가 연신 셔터를 누르느라 머릿밑과 얼굴에 땀이 배었다. 촬영자는 자신의 파인더를 통해 풍경을 바라본다. 사각형의 프레임에 들어오는 풍경을 갈무리하다 보니, 거기 끼는 전신주나 전깃줄 따위에도 예민하게 반응한다. 프레임 안에 다른 사람이 들어오는 것도 가능하면 피하고 싶어 한다.
가능하면 프레임 안을 의도한 피사체만으로 채우고 싶지만, 사람들로 붐비는 명승지에선 방법이 없다. 곳곳에 사진기 앞에 자세를 잡고 이른바 '인증 샷'부터 '인생 샷'을 남기려는 사람들로 넘치는 상황에선 그건 과욕이다. 늘 그렇듯 돌아가 사진을 정리하면서 상황을 복기하면서 비로소 그 장면의 여운을 맛볼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