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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대출금 35년 갚아야 하는데 50억 퇴직금, 금수저라서?"

원주민은 '분노' 수분양자는 '허탈', "공영개발한다고 내 땅 강제로 뺐더니..."

등록 2021.09.30 18:26수정 2021.09.30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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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대장동 일대 대장지구 개발 사업으로 공사중인 현장들이 보이고 있다.
27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대장동 일대 대장지구 개발 사업으로 공사중인 현장들이 보이고 있다.이희훈
  
"난 대출금 35년 갚아야 하는데...'대한민국은 정직하게 살면 안 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성남 대장동 아파트를 분양받은 A씨 말이다.

"공영개발 한다고 강제로 내 땅 가져가서 (화천대유) 밀어줬으니, 도로 찾아 와야지."

대장도 개발사업으로 인해 토지를 강제 수용당한 원주민 B씨 말이다.

성남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의혹을 바라보는 수분양자와 이 사업 때문에 토지를 강제 수용당한 원주민 마음은 착잡했다. 수분양자 음성에서는 허탈함이, 원주민 음성에서는 분노가 느껴졌다.

성남 대장동 개발사업은 91만여㎡ 부지에 사업비 1조3000억 원을 투입, 아파트 5900여 가구를 짓는 택지개발사업이다. 대장동 개발에 따른 이익은 지금까지 알려진 것만 1조 원 규모다.

이 중 4000억 원 이상을 개발 시행사인 '화천대유'가 가져간 게 알려지면서 특혜 의혹이 불거졌다. 이 회사에서 6년 정도 근무한 곽상도 국회의원 아들에게 50억 원의 퇴직금이 지급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특혜 의혹이 더 커졌다. 이로 인해 특히 청년세대가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것으로 알려졌다. 곽 의원은 '50억 퇴직금 논란'이 불거지자 국민의힘을 탈당했다. 


A씨는 84㎡(34평형) 아파트를 평당 2100만 원인 7억 6천만 원에 분양받은 직장인이다. 자신을 35년간 대출금을 갚아야 하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분양자라 소개했다.

A씨는 30일 오후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내가 낸 분양가를 그렇게 나눠 가졌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워낙 큰돈이라 현실감도 없다. 50억 퇴직금 뉴스 보면서는, '금수저라서 그런 것인가, 난 35년 동안 아파트 대출금 갚아야 하는데'라는 생각이 들었다"라는 심정을 전했다.


B씨는 대장동에 115500㎡(3500평) 정도의 논과 밭을 소유하고 있던 농민이다. 지금도 인근에서 농사를 짓고 있다. 그는 당시 시세에 못 미치는 평당 280여만 원에 논과 밭을 강제 수용 당했다.

그는 "공영 개발이라고 해서 어쩔 수 없이 땅을 내줬는데 (공영개발) 하지도 않았고, (화천대유)만 밀어줬으니 이건 사기"라며 "소송을 걸어서라도 다시 찾아오겠다"라고 격한 음성으로 말했다.

헐값에 강제로 토지 수용, 분양가는 '부르는 게 값'
 
 27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판교동에 위치한 '화천대유' 사무실이 A4용지로 거려져 있다.
27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판교동에 위치한 '화천대유' 사무실이 A4용지로 거려져 있다.이희훈
 
대장동 개발을 위한 특수목적법인(SPC)인 '성남의뜰'이 B씨의 땅을 강제 수용할 수 있었던 것은, 공공기관인 성남도시개발 공사가 지분 50% 이상을 가지고 있어, 토지강제수용권이라는 막강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도시 및 환경정비법에 따르면, 민간특수목적법인도 공공기관 지분이 50%가 넘으면 토지강제수용권을 갖는다. 이 권한을 가지고 논과 밭을 200만 원대로 수용했다.

또한 성남의뜰은 민간 특수목적법인이라 분양가격을 맘대로 받을 수 있었다. 공공택지지구에 짓는 아파트에 적용되는 분양가 상한제를 피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도가 실시되지 않아, 민간 아파트는 자유롭게 분양가를 정할 수 있었다.

지난 2018년, 대장지구 아파트는 평당 2000만 원 선에 분양됐다. 84㎡(34평형) 기준 아파트 한 채당 6억~7억 원 정도였다. 

논과 밭을 평당 200만 원대에 강제 매입해 아파트 5900채를 지어 1채당 6억~7억 원에 판 결과가 개발 이익금 1조 원의 실체다. 6년 정도 근무하고 대리로 퇴사한 곽상도 국회의원 아들에게 50억 원이라는 퇴직금을 줄 수 있었던 이유다.
#대장동 개발 #화천대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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