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벽돌과 노란색 포인트 컬러가 돋보이는 롤리폴리 꼬또의 입구
이승용
한국의 대표 식품전문 기업 중 하나인 '오뚜기' 역시 이런 스타일의 변화를 꿰하고 있다. 그 시작은 이들의 새로운 공간이다. 지난해 오픈한 복합문화공간 '롤리폴리 꼬또(rolypoly cotto)'는 오뚜기의 다양한 굿즈를 비롯해 카페 및 음식점 등이 입점한 브랜드 스토어다.
3분 카레나 라면 등으로 우리에게 친숙한, 소년의 익살맞은 윙크가 새겨진 로고가 기억에 남는 오뚜기. 하지만 낯익은 오뚜기의 모습이 이곳에선 느껴지지 않는다. 빨간색 벽돌로 가득한 공간 속에는 지금까지의 오뚜기가 하지 않았던 시도들이 엿보인다. 이들은 어떤 이유로 색다른 공간 브랜딩에 도전하게 된 걸까?
오뚜기는 분명 장점이 많은 브랜드다. 50년 넘게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착하고 올바른 이미지를 가진 건실한 기업이다. 장수 브랜드인 만큼 오뚜기를 모르는 한국 사람도 없다.
하지만 이런 강점은 보기에 따라 단점이 되기도 한다. 우선, 전통과 역사라는 브랜드 아이덴티티는 누군가에겐 고루하게 느껴질 지점이다. 변치 않는 브랜드란, 곧 새롭지 않은 브랜드와도 같다. 모두에게 익숙한 브랜드는 앞으로 더 기대할 게 많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올곧다'는 이미지는 긍정적이지만, 그렇기에 통통 튀는 재미난 혁신을 보여줄 거란 기대가 다소 줄어든 것도 사실이다. 게다가 마트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저렴한 제품군이 대부분이다 보니 고급스럽지 않다는 시선이 존재하기도 한다.
기존의 장점이 조금씩 단점으로 바뀌어 가는 시점에서 롤리폴리 꼬또는 이런 우려를 공간 브랜딩으로 자연스럽게 풀어나간다. 일단 슈퍼마켓에서만 만나던 오뚜기를, 집에서만 맛보던 오뚜기를, 근사한 레스토랑으로 옮겨왔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보이는 오픈 키친은 고급스러운 식당의 분위기를 떠올리게 한다. 오뚜기에선 느낄 수 없던 톤 앤드 매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