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의 손
픽사베이
3~4년 전, 입양을 보낸 지 1년이 채 되지 않은 어린 엄마들과 인터뷰를 할 기회가 있었다. 이들이 낯선 사람 앞에서 쉽지 않은 이야기를 꺼내기로 마음먹은 건 자신의 인터뷰가 입양의 잘못된 실천을 바꾸는 데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각기 다른 입양기관을 통해 아이를 입양 보낸 엄마들이었다. 동네에서 흔히 마주칠 법한 20대의 앳된 얼굴, 이들에게 입양 결정 이전과 이후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무표정한 얼굴로 앉아 있는 이들 곁에 함께 선 어른은 몇이나 있었을까. 궁금한 마음을 진정시키며 하나씩 흘러나오는 그들의 이야기를 경청했다.
입양을 결정하게 된 계기, 입양 결정에 영향을 끼친 사람은 누구인지, 양육지원에 관한 정보는 충분히 받았는지, 입양기관에서 절차를 진행하는 과정은 어땠는지에 관해 듣는데 놀랍게도 30년 전 입양을 보낸 생모분께 들었던 이야기와 별반 다르지 않다. 이건 뭐지? 아직도 이런 실천이 지속되고 있었다고?
입양특례법이 개정되었어도 아이를 입양 보내는 생모의 자리는 사회에서 가장 낮은 자리라는 사실, 그들의 마음과 인권은 누구도 관심없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한다.
"정말 너무하지 않아요?"
아이를 출산한 후 어떻게 헤어지게 되었는지, 입양기관이 아이를 어떻게 데리고 갔는지에 대해 나누는데 한 엄마가 이전보다 조금 높아진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제가 아이에게 하나라도 해주고 싶어서 돈을 모아 예쁜 아기 옷을 입혔단 말이에요. 엄마로서 해줄 수 있는 게 없다 보니 너무 미안해서 정말 힘들게 모은 돈으로 새 옷을 사입혔는데.... 입양기관에서 오더니 저한테 뭐라 설명도 안하고 아이 옷을 싹 벗긴 후 기관에서 챙겨온 옷으로 다 갈아입혔어요. 내가 아이 입히려고 산 옷을 다 벗기고 자기네가 가져온 내복이랑 양말이랑 그런 걸로 다 갈아 입혔다구요!"
엄마의 목소리가 갑자기 커졌다. 이별의 순간을 더듬다 보니 억눌렀던 감정이 솟구쳤는지 무표정한 얼굴이 붉은 빛으로 변해 있었다. 그녀의 고백이 곁에 있던 다른 엄마의 감정도 건드린 걸까, 갑자기 너도 나도 목소리를 높이며 자신들이 아이와 헤어지던 순간에 대해 쏟아내기 시작했다.
"맞아, 맞아, 우리 아이도 입었던 옷을 싹 다 벗기고 새로운 옷을 입혀서 데려갔어요"
"내 아이를 데려가면서 '지금 이렇게 헤어지게 되는데 괜찮겠어요? 저희가 이제 아이를 안고 가도 될까요?' 묻지도 않았어요."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요? 아무리 미리 얘기된 상황이라고 해도 그렇지 아이랑 엄마가 헤어지는 마지막 순간이잖아요. 그런데 우리한테 아무런 이야기도 안 하고, 한번 안아볼 기회도 안 주고, 아이만 새 옷 입혀서 싹 데려가냐구요. 정말 너무 하지 않아요?"
조용히 이어지던 인터뷰 공간에 갑자기 새로운 사람이 들이닥친 것처럼 크고 격앙된 목소리들이 터져 나왔다. 이 엄마들이 몇 시간 전 무표정한 표정으로 테이블에 앉아 있던 그 사람들이 맞나 싶을 정도로 모두가 한 지점에서 새로운 얼굴로 분노하고 있었다. 한 명의 엄마는 눈시울이 빨개졌고, 또 한 명의 엄마는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이 터져 나왔다.
인터뷰를 하던 이들도 눈물을 훔쳤고 나도 연신 눈물이 났다. 이 이야기를 우리 아이들이 들으면 얼마나 가슴이 아플까. 생각만으로도 머리가 띵하고 멀미가 나는 것 같았다. 인터뷰를 끝내고 돌아오는 내내 가슴이 얼얼했던 그날이 잊혀지지 않는다.
입양인 위한 섬세한 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