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6일(독일 현지시각) 독일 사회민주당 올라프 숄츠 총리후보가 사민당 당사에서 열린 집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신화
1958년 니더작센의 주도인 오스나브뤼크에서 태어난 숄츠는 17세인 1975년 고등학생의 신분으로 사민당의 유서 깊은 청년조직인 유소스(Jusos)에 가입하여 일찍부터 정치의 길에 접어들었다. 1982년부터 1988년까지 유소스 전국위원장 직무대리를 역임했고 1989년부터는 '국제 사회주의 청년 연맹'의 부의장직을 겸임했다.
이때부터 그는 고삐 풀린 자본주의의 폐해를 비판하고, 특히 유럽에서 미국의 국익을 대변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의 제국주의적 행태를 강력히 비판하고 나섰다. 1998년 총선에서 연방의회에 당선된 이후 본격적으로 정계에 입문한 그는 2000년부터 함부르크 지방당을 이끌었다. 2002년에는 적녹 연정, 곧 사민당과 녹색당의 연정 정부에서 사민당 사무총장에 선출되었다. 2009년에는 사민당 당대표 직무대행으로 선출되었다. 2011년부터 7년 동안 함부르크 시장을 역임한 다음 2018년부터는 기민/기사 연합과 대연정을 이룬 정부에서 재무장관직을 수행해 왔다. 그러면서 2019년에는 당대표로 선출되었고 마침내 2020년에 사민당의 연방총리 후보가 된 것이다.
그런데 숄츠는 그의 청년기 좌파적 정치 경력과는 달리 당내에서 보수파로 분류된다. 숄츠가 슈뢰더 정권에서 사민당의 노선을 근본적으로 바꾼 이른바 'Agenda 2010'의 수립에 중요한 역할을 하면서부터이다. 이때 그는 연금 수령 개시 연령을 67세로 높이는 것을 관철하고 실업 수당 지급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하여 노동자들의 원성을 샀다. 그리고 독일의 전통적인 사회보장제도를 근본적으로 개혁한 이른바 '하르츠4 법률'(Hartz-IV-Regelsätze)의 입법을 사실상 주도하였다. 이때 그는 노조와 당내 좌파의 반대를 무릅쓰고 이를 관철했던 것이다.
그러나 총선 시기가 되자 그는 역변하여 기민/기사 연합이 요구한 연금 수령 개시 연령의 68세 상향 조정을 반대하고, 연금 적자 부분을 세금으로 메꾸는 조치를 시행하여 연금 지급률을 최종 소득의 48%로 유지하는 계획을 당초의 2025년이 아니라 2040년까지 연장할 것을 주장하였다. 또한 현재 기민/기사 연합의 반대로 관철하지 못하고 있는 시간당 최저임금 12유로(약 1만6000원)를 총선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렇게 본다면 좌파의 시각에서 그는 보수주의자이지만 독일 정치계에서 본다면 그는 뼛속 깊이 좌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일에서는 그 누구도 좌파 연정이 가져올 변화의 바람에서 이른바 '빨갱이' 공포를 느끼는 이는 전혀 없다. 물론 독일의 우파 언론을 자처하는 <빌트>(Bild)는 최종 결과가 나오지도 않았는데 벌써 좌파 집권에 대한 경계의 논조를 쏟아내고 있지만 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번 총선에서 11% 중반의 득표율로 선전한 자민당(FDP)의 행보가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비록 녹색당에 밀려 4위의 정당이 되었지만 역대 독일 정치 무대에서 늘 캐스팅보트의 역할을 해온 관록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자민당은 당명 그대로 자유민주주의, 곧 신자유주의를 신봉하며 자본가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당답게 늘 실용주의 노선을 택하며 우파인 기민/기사 연합과는 일곱 차례 그리고 좌파인 사민당과 네 차례 연정을 수립하여 정권에 참여하는 '박쥐 신공'을 발휘해 왔다. 그러니 이번 정권에도 참여하기 위하여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그러나 일단 사민당과 녹색당이 주도권을 쥐고 있으니 자민당은 사태를 관망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지난 선거에서 혜성같이 등장인 독일을위한대안당(AfD)의 위세가 이번 선거에서도 큰 변화가 없다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비록 2017년 총선에 비하여 2%p 정도 득표율이 떨어졌으나 좌파당의 추락(-4.3%p)에 비하면 상당히 우수한 성적을 거둔 셈이다. 더구나 지난 총선에서는 지역구를 단 3개만 건졌으나 득표율 덕분에 91석을 추가로 확보한 데 비하여 이번 총선에서는 많은 지역구에서 당선되는 기염을 토하였다. 다만 전체 득표율이 떨어진 만큼 의석수는 줄어들 것이 분명해졌다.
결국 독일의 극우 세력은 여전히 전 국민의 10% 내외의 지지, 그것도 구동독 지역에서 큰 지지를 받으며 안정적인 기반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에 극좌 세력은 동독 지역에서조차 그 영향력이 감소했다. 이들의 행보에 못마땅한 지지자들이 결국 사민당과 녹색당으로 '돌아 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앞에서 본 대로 여전히 좌파 정권의 가능성은 열려 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과거 진보 정당과 보수 정당이 번갈아 가면서 권력을 장악했지만 상대 진영의 정책을 다 뒤집지 않고 오로지 독일의 국익만을 위해 노력해온 독일 정당사를 회고해 보건데, 좌파 정권이 들어서더라도 결국 독일에는 좋은 일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해 본다. 좌우로 나누어 서로를 죽일 듯이 물어뜯는 경험은 이미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에 충분히 해본 독일 국민은 무엇이 진정으로 나라를 위한 길인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이념 투쟁에 더 이상 넘어가지 않는다. 곧 진영 논리를 앞세운 좌우 대립보다는 국민과 국익이 먼저라는 것을 정치 수준이 높은 독일 국민들은 잘 알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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