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의 왕할머니께서 주신 반지들.전라도의 왕할머니, 경상도의 왕할머니의 반지 선물
최원석
지난 주말, 전남에 사시는 나의 외할머니에게 연락이 왔다. '왕할머님'이라고 표현하는 아기의 외증조모님의 연락이었다.
"아가 잘 크제... 이런 때에 태어나도 감사하게 건강만 하네이..."
"네 아기 잘 크고 있어요. 덕분입니다."
"아기 돌 때 되었제... 반지랑 참기름이랑 보냈어라. 아가 못 봐서 서운해도 어쩔 수 없제. 미리 축하하네. 미안하다이."
"아닙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아기가 좋아하는 참기름은 전남의 외할머니께서 직접 농사를 지어 선물하신 것이라 더 의미가 깊었다. 아기는 이유식을 시작한 이후 줄곧 왕할머니의 정성이 담긴 참기름을 먹어 왔었다. 아기에게는 아직 줄 수 없지만 고춧가루도 아기의 증조할머니께서 직접 농사를 지어 선물하신 물품이었다.
그리고 얼마 전, 아내의 친할머니이자 또 다른 왕할머니인 경남 함양의 왕할머니께서도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오셨다.
"아 잘 크고 있다믄서? 반지랑 선물이랑 보냈데이... 축하한데이..."
"아 네. 할머님 감사합니다."
아기는 다음 달 12일 돌을 앞두고 있다. 예전 같으면 동네잔치를 하고도 모자랄 판이지만 추석 때 3000명의 확진자가 넘어가는 이 시국에 친척들과 만나서 아기의 돌잔치를 하는 것은 애석하게도 허락되지 않았다. 이런 연유로 모두 80대 중반을 넘어서신 증조 할머님들께 미리 아기의 생일 축하를 받게 된 거다.
아기의 왕할머니 중 제일 가까이 사시는 분은 불과 100미터가 떨어지지 않은 곳에 사시는 아내의 외할머니이시다. 결혼 후 거처를 정하고 놀랐던 부분도 이거였다. 할머님의 집과 우리의 집이 가까워도 너무 가까웠고, 근처에 아이의 이모 할머님들이 많이 살고 계셨다.
가까이 사시는 왕할머님과 이모 할머님들은 아기의 유튜브를 구독하시면서 아기가 좋아하는 것들이 보이면 항상 풍성하게 선물을 보내 주셨다. 그래서 아기는 좋아하는 음식들을 더 자주 만날 수가 있었다.
아기는 바나나와 샤인머스켓을 좋아했다. 제철 과일이나 아기가 좋아하는 과일을 먹이는 것이 아기의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여기는 부부에게 아기가 좋아하는 간식과 과일은 매우 중요했다. 아기가 샤인머스켓을 매우 잘 먹는 모습을 보이자 아기의 이모 할머님들께서는 한아름 샤인머스캣을 선물해 주셨다.
우리 아이 첫돌, 동네방네 소문난 사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