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라서 뒷마당을 빠져나가 도망 가는 곰
김정아
보통은 집 안에 있을 때 바깥에서 소리가 나서 보면 곰이 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한 번은 마당에서 일을 하는데 멀지 않은 곳에서 부스럭 소리가 났다. 쳐다보니 바로 20미터 근처인 뒷산에서 곰이 나타났다.
남편과 나는 데크 위로 급히 몸을 피했고, 서둘러서 호루라기를 챙겼다. 야생동물들은 시끄러운 소리가 나는 것을 싫어해서 나는 마당에서 일을 할 때면 늘 목에 해양 구조용 호루라기를 걸고 있다.
이 녀석은 우리를 봤음에도 불구하고 유유히 영역표시를 하고는, 우리 마당으로 내려오려고 했다. 나는 급히 호루라기를 불었다.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자 잠시 멈칫하더니 다시 내려올 듯하기에 다시 또 불었다. 그러자 다행히 몸을 돌려 산속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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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당을 찾은 흑곰 ⓒ 김정아
더불어 살아가도록 노력하는 사람들
밴쿠버는 이제 다시 비 오는 가을 날씨로 돌아섰지만, 날씨가 선선해지면서 슬슬 겨울잠을 준비해야 하기에, 든든히 먹어야 하는 곰들은 여전히 우리 동네를 찾는다. 어느 집의 벌새 먹이통을 움켜쥐고 아기곰 푸우처럼 즐거워하기도 하고, 쓰레기통을 부수기도 하고, 최근엔 어느 집 창문을 두드렸다고도 한다.
동네에 곰이 자주 나오니, 지역 페이스북 페이지에 수시로 곰 등장 알림이 뜬다. 어느 길 몇 번지 근처에 나타났으니 주의하라는 내용이다. 하루도 빠짐없이 등장하는 곰 뉴스인 셈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곰을 나무라는 댓글을 달지는 않는다. 주거 지역이 산을 끼고 있기 때문에, 어찌 보면 우리가 그들의 영역을 빼앗아서 미안하다는 마음을 다들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먹이를 주지는 않는다. 그러면 절대 안 된다. 그렇게 되면 곰은 더 열심히 우리 주거 지역을 방문할 것이고, 그러다 보면 어쨌든 야생동물인 곰이 사람을 해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 경우 어쩔 수 없이 그 곰을 사살해야 한다. 한 번 사람 맛을 본 곰은 또 사람을 공격한다고 알려져 있다. 자연의 섭리에 따라서 먹을 것을 찾으러 왔다가 그런 일을 저지르고는 죽음을 당하게 되는 것은, 사람에게도 곰에게도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우리는 곰이 이곳에 오고 싶지 않도록 시끄러운 소리를 내거나 음식물 관리를 한다. 이제 연어가 올라오는 시즌이니, 연어가 잘 잡히면 혹시 곰이 그만 오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를 해보련다. 그렇지 않으면 겨울잠 잘 때까지 좀 더 조심하며 기다릴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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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에 거주하며, 많이 사랑하고, 때론 많이 무모한 황혼 청춘을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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