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동구 고양꽃전시관에 임시설치된 얀센백신거점접종센터에서 접종을 마친 시민이 증상 확인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이희훈
1인 가구 청년의 백신 걱정
<"기저질환 없었는데" 건강하던 30대 청년, 화이자 맞고 또 숨져...>
백신 접종을 예약한 뒤부터 유독 비슷한 기사들이 눈에 들어왔다. 귀신보다 더 귀신같은 알고리즘은 내 불안들을 증폭시키려 작정한 듯 백신 접종 후 후유증에 대해 쉴 새 없이 업데이트를 했다.
주변에도 하나둘 접종을 완료한 사람들이 늘어났다. 반응은 모두 제각각이었다.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갔는 사람도 있는 반면, 열이 39도까지 올라갔다는 사람, 머리가 깨질 듯한 두통을 겪은 사람도 있었다. 화이자를 맞고 숨이 안 쉬어지듯 답답한 가슴 통증을 겪었다는 친구도, 부정출혈과 생리불순을 겪고 산부인과를 찾아갔다는 친구도 있었다.
지금 내 몸은 너무 건강한데, 백신을 맞아서 괜한 병을 얻게 되는 건 아닐까? 혼자 사는 내가 갑자기 쓰러지기라도 하면... 불안과 걱정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이제라도 백신 예약을 취소해볼까 생각하며 전화기를 들었다가 '에이 아니야. 설마, 별일 없겠지!' 하며 전화기를 내려놓기를 반복했다.
그러다 결국, 질병관리청에서 '접종 1일 전 안내' 문자를 받고야 말았다. 회사에는 백신 휴가를 신청해둔 상태였고, 가족, 지인들에게도 백신을 예약했다고 이미 말한 상태였다. 더 이상 고민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마음을 다잡고 백신을 맞기 위한 준비를 하기로 했다. 일단은 약국에서 타이레놀과 쌍화탕을 샀다. 그 뒤엔 정육점에 들러 통삼겹을 샀다. 혹시 아플지도 모르니 약을 사고, 백신을 맞고 난 뒤에는 건강한 음식을 든든하게 챙겨 먹어야 한다고 했으니 고기를 샀다.
사실 자취생이 몸보신을 하는 것은 참 어렵다. 밖에서 파는 음식 말고, 플라스틱 그릇에 담겨오는 배달 음식 말고는 선택지가 별로 없다. 하지만 나는 어설프더라도 집에서 정성 들여 한 집밥으로 몸보신을 하고 싶었다.
최소한의 재료로 최대한의 맛을 낼 수 있는 음식이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가 쌍화탕으로 수육을 만들 수 있다는 걸 알았다. 이름하여 '쌍화탕 수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