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소 올라가는 길 큰집이 보인다. 빨간 지붕이 큰집추석 명절이지만 큰집 제사는 못하고 산소에 간다.
이숙자
뒤늦게 조카가 올라와 성묘를 하고 큰집으로 같이 내려왔다. 여전히 형님은 몸이 안 좋아서 잠깐 얼굴만 보고 다시 침대에 가서 누우신다. 우리는 차 한잔하고 일어나 나왔다. 예전에는 명절 큰집에 온 손님을 그냥 보내는 일이 없었다. 같이 밥을 먹고 정을 나누던 때는 옛말이 되었다. 예전 큰집이 아니다. 항상 큰집에서는 명절이 되면 가족들이 모여 북적북적했었다. 돌아서 나오는데 이상하다.
이제는 큰집 형님이 아프다. 더 이상 사람들에게 밥을 해 줄 수 없다.
코로나가 오면서 사람들 마음도 달라졌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걸 불편해하고, 집안의 주인인 형님이 몸이 안 좋아 음식을 마음대로 못하면서 가족이라고 점심 한 끼도 마음 놓고 못 챙기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아프다. 이제는 변해야겠구나. 큰집에 와서 제사하고 같이 밥 먹고 하는 일은 이제 끝난 것 같다.
만약에 코로나가 끝나는 날이 와도 예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는 생각을 해 본다. 명절은 각자 본인들 집에서 보내고 성묘만 같이 하는 것으로 해야 할 것 같다. 제사 방법도 바꾸어야 하지 않을까. 제삿날은 간단히 제물을 준비해서 산소에서 제사를 하는 걸로, 시댁일은 내 마음대로 할 수 없으니 남자들이 의논해서 할 일이다.
제사란 돌아가신 분을 기억하고 후손들이 추모하면 되는 것이다. 큰집 형님이 많이 아프시고 이제는 큰집 제사 방법을 바꾸도록 가족회의라도 해야 할 듯하다. 명절에 여자들도 노동에서도 해방되어야 한다. 서로 만나 즐거운 만남이 되었으면 좋겠 다.
형님은 결혼해서 지금까지 수 많은 세월을 제사 지내고 집안을 이끌어 오시고 이제는 몸이 아프니 억울 할 것만 같다. 나이 들면서 아픈 형님을 바라보는 내 마음도 아프고 안타깝다.
딸네 가족과 우리 부부는 서둘러 일어났다. 점심 식사로 조카며느리가 힘들면 안 된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카페 같은 식당이 있었다. 그곳에서 맛있는 팥죽과 비빔밥을 간단히 먹고 자유롭게 시간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왔다. 추석날이지만 사람이 많다. 예전에는 추석날 밖에서 밥 먹는 사람들이 없었다. 이제는 집안에서 많은 사람과 함께 식사는 불편할 듯하다.
코로나가 없어지는 날이 와도 이제는 제사 방법이 바꾸어 지기를 희망해 본다. 요즈음 사는 게 모두 바쁘고 힘든다. 제사는 우리처럼 나이 든 세대에서 끝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단해 본다. 살아 있는 사람, 그들의 삶이 더 중요해진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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