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로 내가 찍은 풍경사진을 구매한 그녀는 절벽 위 소나무 시리즈를 정성스럽게 집 벽에 걸어놓은 뒤 사진으로 촬영해 보내주었다. 나의 사랑하는 소나무가 그녀의 집에서 편안히 머무르는 것 같아 감사하다.
Romain
마침내 멋진 액자를 손에 넣고 이를 구매자에게 전달하는 과정에서, 나는 내 인생을 바꿀 만큼 중요한 두 가지 경험을 했다. 첫째, 나의 작업에 숫자로 된 가치를 매기는 것이었다. 혹자는 쉽게 계산식에 적용하면 되는 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제작비+배송비에 두 배를 받아서 마진으로 남긴다고 생각하면 간단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 마진이란 금액만이 아니라, 내가 나의 작업에 대해 어느 정도의 가치를 매기느냐 또한 의미한다. 나의 철학, 창의성, 의견, 사랑, 열정, 인생 등 수많은 요소가 포함된 작품에 가격을 매기는 일은 쉽지 않다. 작품이든 서비스든 제품이든, 내가 만들어낸 무언가에 가격을 붙일 때 너무나도 간결해 마지않은 그 숫자가 마음속에 얼마나 깊이 파고드는지... 경험해본 분은 아시리라 생각한다.
타인이 나의 작업과 나 자신을 어떻게 평가할지에 대한 불안감 또한 투영되었다. 싼 가격으로는 내 작품이 충분히 좋아 보이지 않을 거라는 생각 때문에 내 자존심이 상처를 입을 것이며, 비싼 가격은 나를 거만한 예술가처럼 보이게 할 것이란 걱정에 괴로웠다. 이는 정말, 정말 어려운 과정이었다.
아직도 나는 누군가에게 당신의 작품을 얼마에 팔라고 조언을 줄 수 있는 처지는 아니지만, 한 가지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어찌 됐든 일단 얼마에 팔지 마음을 정하고 가격표를 붙이고 난 뒤에는, 그 고민이 눈 녹듯 사라지고 나의 결정을 받아들이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내가 자신감을 다지는 데에도 도움을 준다.
둘째, 마치 포탄 하나가 날아와 벽에 부딪치는 수준의 강력한 감동이 꽤 오랜 기간 지속되었다. 내 작업에 대해 진심으로 사랑한다는 감정도 처음으로 갖게 되었다. 일단 누군가 나의 사진을 계속 보고싶어서 돈을 주고 구매한다는 사실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받아온 수많은 '좋아요'나 멋지다는 댓글과 비교하기 힘든 기쁨이었다. 그런데 그보다 더 강렬한 감동을 구매자와의 만남에서 느낄 수 있었다.
따끈따끈한 액자 세 개를 전달하러 나간 자리에서 그녀와 나는 대화를 나누며 놀라운 친밀감을 형성했고, 지금까지도 연락을 하고 있으며 올해 안에 그녀의 가족과 만나 겸사겸사 예쁜 가족사진도 촬영해줄 예정이다! 이로써 작품에 쏟아부은 나의 모든 노력이 완성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녀와 나 사이의 매개가 된 나의 작업은 결국 그녀의 거실 벽에 자리 잡으며 그녀의 가족들과 또 한 번 연결되고 있다. 이러한 감정적인 교류가 생성되고 나서야, 나는 내 사진으로 하여금 다른 누군가의 공간에 머무르며 그들과 함께 숨쉬길 원하고 있었음을 마침내 깨달았다!
그리고 이는 지금 내가 이 자애롭고도 다정한 인류와 소통하기 위해, 나의 컴포트존(안전지대)에 머무르지 않고 홍보와 마케팅 등 복잡하며 생소하고 두렵기도 한 새로운 토양에 적응하려고 부단히 노력하는 이유다. 그렇게 사진 인생 10년 만에 최초로 만들어지고 있는 나의 사업가적 면모는 이제, 작업물에 꾸준히 투영해온 사랑을 퍼뜨릴 수 있는 기회에만 출현하는 모습으로 나와 공생하고 있다.
작품 판매로 열리는 신세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