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검은꼬리박각시의 정지비행.대롱입을 펼쳐 흡밀하고 있는 작은검은꼬리박각시.
이상헌
성충은 몹시 빠르고 맹렬하게 나는 모습으로 인하여 매나방(hawk moth) 또는 스핑크스나방(Sphinx moth)이라고 한다. 힘차게 날며 정지비행 하는 모습을 보면 사진기를 든 사람이라면 반드시 한 번은 도전하게 만드는 대상이다.
빈센트 반 고흐가 그린 큰공작나방(Giant Peacock Moth)은 유럽에서 가장 큰 박각시로서 역시 가슴 부분에 해골 비슷한 무늬가 있다. 고흐는 관찰력이 매우 뛰어나서 어린 시절부터 곤충 분류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종의 기원을 쓴 찰스 다윈도 곤충 채집에 열광했는데 특히 딱정벌레 수집에 매력을 느꼈다.
박각시의 혀는 꽃꿀을 빨아먹기 적합하도록 상당히 긴데 평상시에는 입속에 돌돌 말려있다. 이 대롱입 때문에 생명의 위협을 받는 우수꽝스러운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꽃 속에 들어간 혀를 빼내지 못하고 탈진해서 죽거나 천적에게 잡아 먹히는 경우가 가끔 있다.
다윈은 마다가스카르에 피어나는 난꽃의 꿀주머니가 28cm를 넘는 것을 보고, 여기에 적응한 긴 혀를 가진 곤충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사후 21년이 지난 뒤 30cm 혀를 가진 박각시 나방(Xanthopan morgani)이 발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