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넝쿨과 호박꽃. 호박은 꽃 아래에 열매가 달린다.
용인시민신문
어릴 적 살던 집 돌담에 호박넝쿨이 걸려있는 모습이 그림처럼 그려진다. 특별할 것 없이 아주 평범한 농촌 풍경인데, 왜 이런 기억은 사라지지 않는 걸까?
엄마가 호박잎을 쪄주셔서 맛있게 먹었던 기억으로, 호박잎을 찌고, 감자를 갈고 호박을 채 썰어서 감자전을 부치던 기억으로, 지금도 비오는 날이면 호박을 넣은 감자전을 하는가 보다. 오래된 한옥 뒷방에는 크고 무거워서 어린아이가 들 수 없었던 늙은호박이 항상 서너 개씩 놓여있었다. 이번에 심은 호박이 그렇게 커지는 맷돌호박이었다.
얼마 전 커져 더 이상 달려있는 것이 위태로워 보이는 호박 세 덩이를 집에 가져왔다. 어릴 적 늙은호박 딱 그 느낌이었다. 무심히 집 한구석에 놓여 있다가 언젠가 배를 갈라 씨를 파내고 죽을 끓이거나 떡을 만들겠지. 어쩌면 11월 할로윈에 잭-오-랜턴을 만들지도 모르겠다.
지금 한창인 호박을 보니 얼마 전 애호박 하나 가격이 4천 원에 육박해 호박이 빠진 된장찌개를 먹었던 것이 생각났다. 흔하게 먹을 수 있는 채소 가격이 갑자기 오를 때면 작은 텃밭이라도 있는 것이 참 다행이다. 그래서 손을 놓지 못한다.
호박은 열매가 크고 탐스럽다보니 그냥 지나치기 쉽지 않다. 그럴 때면 호박꽃 아래에 바로 작은 호박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호박은 암꽃 아래에 작은 호박이 생기는데, 이렇게 열매가 꽃 아래에 달리는 경우를 '자방하위'라고 한다. 자방(열매가 되는 부분)이 꽃의 다른 부위보다 아래에 있다는 뜻이다.
자방하위가 있다면 자방상위도 있겠다. 목련처럼 꽃잎 안쪽으로 열매가 생기는 경우이다. 꽃은 잎 모양과 꽃 전체의 모양이 너무 다양하고, 열매가 맺히는 위치도 많이 다르다. 이런 것을 알고 보면 호박이 더 재미있게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