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정물을 마시는 모습을 보기가 힘들어 데려온 둘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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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인 반냐를 데려올 때 남편이 그랬던 것처럼) 애월이 구정물을 마시는 걸 보니 머릿속이 하얘지고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나는 차로 20분 거리 집에 가서 고양이 이동장을 들고 다시 애월읍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아무 힘도 들이지 않고 애월을 이동장에 넣어 동물병원에 데려갈 수 있었다.
심지어 애월은 내가 부르자 문이 열린 자동차 뒷 좌석으로 스스로 들어왔다. 피부병에 걸렸던 흔적이 있고, 저체중이라는 것 외에 애월은 아무 질병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애월을 검진한 수의사는 내게 말했다.
"얘는 야생성이 하나도 없네요. 상태도 길 생활을 했다고 보기에는 지나치게 깨끗하고요. 누군가 키우다 버렸을 겁니다. 잘 데려오셨어요. 길에서 살아남기 힘든 아이에요."
유기묘의 특성? 그런 건 없습니다
반냐는 2011년, 애월은 2013년에 우리 집으로 왔다. 두 녀석 다 유기묘이고, 그래서 우리는 녀석들의 생일과 정확한 나이를 알지 못한다. 동물병원에서 받은 검진과 우리가 만나게 된 시점을 토대로 나이를 유추할 수밖에.
하지만 두 녀석을 키우며 알게 된 사실이 있다면 유기묘를 둘러싼 편견은 편견일 뿐이라는 것. '유기묘라서 마음을 쉽게 열지 않는다'든가, '유기묘는 몸이 약하다'든가 하는 일부의 편견은 사실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우리 집 고양이들은 두 녀석 다 유기묘지만 모든 면에서 다르다. 반냐는 어려서부터 신장이 약해 병원을 들락거렸지만 애월은 잔병치레를 한 번도 하지 않을 만큼 건강하다. 반냐는 8kg의 거대묘지만 애월은 3kg가 겨우 나가는 저체중이다.
반냐는 남편과 나 아닌 사람의 손길을 허락하지 않지만 애월은 낯선 사람이 만져주면 좋아서 꼬리를 부르르 떤다. 반냐는 영특해서 말귀를 제법 알아듣지만 애월은 제 이름 빼고는 알아듣는 단어가 있나 싶을 정도로 그저 해맑은 아이다. (애월이는 가끔 장난으로 '빵떡아' 하고 불러도 눈인사를 한다. 설마 이름도 못 알아듣는 건 아니겠지...)
한마디로 유기묘라 이렇다는 특성을 찾을 수 없단 소리다. 사람 지문이 다르고 성격이 다르듯 고양이도 건강 상태와 체형, 성격이 제각각 다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