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중앙에 우물이 놓여 있다.
최육상
"우물 청소? 항상 우리 여자들이 하제. 남자들은 저~그 길 옆 풀 베고 마을 청소, 울력허제, 울력(여러 사람이 힘을 합해 일을 함)."
생전 처음 보는 시골 마을의 '우물 두레질'이다. 두레에 길게 연결한 줄을 맞잡고 땀 흘리는 이들은 전부 여성이었다. 마을 주민들은 '청소를 위해 두레로 우물물을 퍼내는 행위'를 "우물을 품는다"고 표현했다.
지난 5일 오전 6시 30분 무렵, 전북 순창군 풍산면 지내마을에서 주민들의 삶을 들여다봤다.
우물가에서 만난 강곡례(85)씨는 "올해 팔십 일곱인데, (순창군 풍산면) 상촌에서 스무 살 때 여기로 시집왔으니까 벌써 65년 됐다"고 웃으며 말을 이었다.
"여태까정 요놈 물 먹고 살았제. 빨래도 여그서 다 빨고, 막 시집왔을 땐 (우물가에) 늦게 나오면 사람들이 하도 많아서 처신도 못 혔어. 옛날에는 한 달에 한 번씩 두레질을 했지. 우물 품는 마을은 인자, 순창에서 우리 마을 밖에 없을 거여."
식수도, 빨래도 우물에서 해결
우물 두레질은 최급분(87), 정계래(84), 김양순(73), 김필분(70), 임채순(63)씨 등이 맡았다. 어린(?) 나이의 임채순씨가 우물 안으로 먼저 발을 디뎠다.
반시간이나 지났을까. 우물물이 얕아지자, 두레질 하는 주민들 사이에서 한바탕 소란이 벌어졌다.
"줄을 더 잡아 댕겨 봐봐."
"이 짝이 아니고 그 짝이 길어."
"아따, 그 짝을 댕겨야 한다고."
수십 년간 호흡을 맞춘 일임에도 두레에 연결된 줄은 '우물을 품는' 동안 물에 젖은 손아귀를 빠져나가 길어지기도 짧아지기도 하는 모양이었다. 소란은 잠시, 이내 능숙하게 줄을 정렬하고 두레질을 이었다.
지내마을의 우물은 두 곳으로 나눠져 연결돼 있다. 두 우물물의 원천은 같지만 위쪽 하나는 식수용으로 덮개를 덮어놓았다. 아래쪽 우물은 쌀과 채소를 씻고 빨래하고 청소하는 용도다. 청소용 우물은 식수 우물 쪽 사각형 벽 윗부분에 구멍을 뚫어 위쪽 우물과 연결돼 있다. 구멍을 막았다 열었다 하면서 물의 양을 조정한다.
정계래(84)씨는 식수용 우물을 가리키며 우물에 얽힌 사연이 복잡한 듯 말했다.
"예전에 우리들이 많이 들어갔어. 시암(우물)에. 마을 주민 모두 함께 먹고 마시는 시암이라 깨끗하게 하려면 별 수 있남? 여자라도 들어가야지. 우물이 깊은데도, 젊었을 때라 사다리 놓고 들어가서 청소하고 그랬제."
'우물'에서 시작하는 새댁의 첫 하루 일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