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과 국가수사본부는 동지회 구성원들의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이들이 북과 주고받은 지령문과 보고문이 들어있는 USB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충북인뉴스
국정원과 국가수사본부는 구속영장청구서에 충북동지회가 북한과 주고 받았다는 지령문과 보고문을 상세하게 적시했다. 하지만 이들이 어떤 방법으로 북의 누구와 지령문을 주고 받았는지는 제시되지 않았다.
이들은 대부분 '불상의 장소에서 성명을 알 수 없는 자로부터'라거나 '불상의 장소에서 성명을 알 수 없는 북한 문화교류국 공작원에게' 등의 표현을 썼다. 어떤 방법으로 주고 받았는지 명시하지 않고 있다.
이를 두고 피의자 측은 '국정원이 날조한 조작'이라고 주장한다. 피의자 측 변호사 B씨는 "USB가 동지회 것이라는 증거가 먼저 제시돼야 한다"며 "이들(동지회)은 자기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압수수색 당시 수십명이 참여했는데 이들이 놓고 간 것인지 누가 아냐'라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보고문과 지령문을 어떤 방식으로 주고받았는지, 주고 받았다면 상대방이 북한 공작원인지 증거로 제시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충북동지회 사건과 유사한 A목사간첩사건은 법원에서 어떻게 판결했을까?
A목사 사건 재판을 맡은 서울고등법원 재판부는 당시 판결문에서 "통신연락으로 인한 국가보안법위반의 죄가 성립하려면 피고인이 북한 225국 소속 공작원과 통신 기타의 방법으로 연락해 리광진 등 공작원에게 파일을 전달했다는 점이 입증돼야 할 것"이라고 전제했다.
검찰은 A목사의 신체와 자택 등에서 압수한 SD카드를 증거로 제시했다. SD카드에는 A 목사가 북한 공작원과 주고받았다는 지령문과 보고문 파일이 담겨 있었다. 이 파일은 충북동지회 사건과 마찬가지로 스테가노그라피라는 암호화 프로그램으로 제작·생성됐다. 또 A목사의 중국 이메일 계정에서 취득한 파일과 중국포털사이트에 올린 게시물을 증거로 제시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를 증거로 채택하지 않았다.
먼저 SD카드에 저장된 지령문과 보고문에 대해서는 "(이것 만으로) 북한 공작원에게 전달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A목사의 중국계 이메일에서 나온 파일에 대해서는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아 위법한 증거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대상물이 해외에 존재해 대한민국의 사법관할권이 미치지 않는 해외 이메일 서비스 제공자의 해외 서버에 소재하는 디지털정보에 대해 압수수색 검증 영장의 효력이 미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의 사법관할권이 미치지 않는 영역에 대하여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한 것이므로 다른 사정이 없는 한 피고인의 이메일 계정에 대한 압수수색은 위법하다고 보아야 한다"며 "이런 방식으로 취득된 이메일 내용은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로 증거능력이 없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위 방식이 설사 적법하다고 하더라도 위 이메일 계정이 북한 225국 소속 공작원과 공동으로 사용했다는 점이 입증돼야 하는데 USB에 들어 있는 보고문만으로 위 메일 계정이 북한 공작원과 공동으로 사용했다는 점을 인정하기는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도 없다"고 말했다.
충북동지회 사건 역시 USB에 저장된 지령문과 보고문이 혐의를 입증하는 증거로 인정될지가 관건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밖에 국정원과 국가수사본부는 동지회 구성원들이 언제, 어떤 방법으로 보고문과 지령문을 주고받았는지도 증거를 제시해야 하는 숙제를 떠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