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SI 법곤충학을 보통 사람들에게 널리 알린 TV 시리즈.
CBS from youtube
드라마에서 그리섬은 시신을 분해하는 곤충의 발생 상태를 파악하여 결코 조작할 수 없는 증거를 확보한다. 이 분야를 법의학 또는 법곤충학(Forensic Entomology)이라고 하며, 우리나라에서는 세월호의 실질 소유자였던 유병언의 유전자 감식을 맡은 국과수를 통해서 널리 알려지게 된다.
파리는 죽음의 냄새를 제일 먼저 안다
생명의 죽음은 파리로부터 시작한다. 유기체가 생을 다하면 30분 이내로 각종 파리가 달려들어 눈, 코, 입, 귓속 등의 연약한 부분에 알을 슬어 놓는다. 검정파리과(Calliphoridae)에 속하는 금파리와 쉬파리 종류가 가장 먼저 찾아온다.
사체에서 풍기는 탄화수소 냄새에 반응하여 알을 낳으므로 영어권에서는 알까기파리(blow flies) 혹은 썩은고기파리(carrion flies)라고 부른다. 약 10시간 후면 구더기가 자라나 사체를 분해하며 환경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약 5일에서 15일 정도가 지나면 성충 파리가 된다.
이 때를 맞춰 여러 딱정벌레(송장벌레, 반날개, 개미, 벌 등) 종류가 등장하여 구더기를 잡아먹는다. 주검은 부패하면서 체내에서 공존하던 세균에 의해 썩어간다. 암모니아, 메탄, 벤젠, 프레온 같은 가스가 생겨나며 시신은 크게 부풀어 오른다. 압력이 한계에 다다르면 곧 터져버리고 액체화 된다.
근육과 살 등의 신체기관이 소멸되고 나면 가죽과 뼈만 남고 이때 찾아드는 곤충이 수시렁이과에 속한 녀석들이다. 마지막 손님은 진드기류와 거미, 쥐며느리 등이다. 사체 밑에서는 진드기와 톡토기, 선충이나 회충 등이 활약하여 토양을 알칼리성으로 바꾼다.
거미는 죽은 동물을 먹지는 않지만 사체를 찾아온 곤충들을 사냥하기 위해서 거미줄을 친다. 이렇게 시간차를 보이는 각 곤충의 한살이(알→애벌레→번데기→성충)와 기간, 온도 등을 고려하여 사망시각을 알아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