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왼쪽), 연잎 활동가는 인권교육센터 ‘들’에서 2020년부터 활동을 시작했다.
차지애
- 두 분이 인권단체에서 활동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지나 - "오래전부터 청소년의 곁에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하지만 소위 '문제 청소년'에 대한 관점이 해결되지 않아 그런 사람이 될 수 없었죠. 그러다 '들'에서 진행하는 '청소년인권' 교육을 듣게 되었는데, 새로운 충격이었어요.
그 후 '들'에서 활동회원을 시작하게 됐고 인권에 대해 알아가면서 청소년을 바라보는 관점이 해결되었어요. 그래서 그런가 학교 앞에서 편의점을 했었거든요? 어느덧 제가 청소년들 사이에 '인싸 어른'이 되어 있더라구요(웃음). 이후 더 많은 청소년을 교육의 자리를 통해 만나고 싶어 상임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지요."
연잎 - "제가 인권 감수성이 부족했을 때 다그치지 않고 '함께 토론해보자'고 대화를 걸었던 친구들이 있었어요. 덕분에 저는 인권에 대해 질문하고 공부하는 일에 재미를 붙였고, 그 과정에서 변화하는 우리가 너무 좋았어요. 그 경험이 저에게는 큰 계기가 되었어요.
한 번은 재학 중이던 학교에서 5분짜리 인권교육을 요청받았어요. 짧은 시간이라 큰 기대 없이 교육을 마쳤는데, 어떤 나이가 많은 분이 '인생에서 이런 말은 처음 들어봤다'면서 저를 찾아왔어요. 계속 공부하고 싶다고,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어보셨어요. 5분이라는 시간 동안 한 명이 제 이야기를 듣고, 인권에 관심이 생겼다는 게 신기하고 매력적이더라고요. 제 마음을 잘 나눌 수 있는 방법을 찾은 것 같았어요. 이후에 '들' 교육이 좋다는 소문을 듣고 먼저 찾아갔어요(웃음)."
- 첫 인권 활동은 어땠나요? 신입 활동가로서 갖게 된 고민이 있기도 했을 것 같은데요.
연잎 - "아직 고민이 많고 모르는 것도 많은데, 교육활동을 소화해야 하는 것이 힘들었어요. 인권교육에 대한 내실을 쌓을 시간이 필요했는데, 바쁜 단체 일정으로 충분히 공부하지 못하고 교육에 나가야 하니까 '제발 질문하지 마라' 마음속으로 빌기도 했어요.
글쓰기, 교육활동, 연대활동 모두 척척 해내는 다른 '들' 상임활동가들에 비해 저는 모든 게 다 어렵고, 서툴고, 보잘것없어 보였죠. 초반 두어 달은 집에 가면서 엄마한테 전화하며 울었던 날도 있었어요. 1년이 지난 지금은 기존 활동가들이랑 저는 다른 거니까, 비교하지 않고 지금 저의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 중이에요."
지나 - "스스로 '들' 상임활동가라는 '동경심' 같은 그림이 있었는데, 저에게 상임활동가라는 타이틀이 붙는 순간 너무 부담스럽기도 했어요. 연대활동을 갔을 때도, 어떤 역할을 맡아달라고 하면 제가 할 수 없는 일인 것 같아서 부담되었어요. 내부적으로는 기존 활동가들에게 매일같이 신세를 져야 하는 상황이 많아 늘 미안했어요. 하루빨리 성장해서 나도 도움을 줄 날이 올 때까지 버텨내자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 어려움이 많았던 활동 초기에 공동교육에 참여했는데, 당시 어떤 기대가 있었나요?
지나 - "신입 활동가 교육을 일주일 정도 하는 경우도 있지만 '들'에서는 두 달 정도 상임활동가들이 신입 활동가 교육을 제공해주었어요. 새로운 활동가를 위한 제도 덕분에 단체를 신뢰하고, 언제든 도움을 요청할 수 있었어요.
그렇지만 또 저연차 활동가끼리만 공유하는 어려움도 있잖아요. 저와 같은 신입 활동가를 만난다고 생각하니 그 고충을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생기려나?(웃음) 그리고 중요한 건 인권의 역사 속에 활동가들이 있는 거잖아요. 그 흐름 속에 우리도 뛰어들게 된 거구요. 그 큰 인권의 흐름을 들을 수 있는 자리가 될 것 같아 기대가 되었죠."
연잎 - "당시 저는 '인권활동가인가 인권강사인가'라는 정체성 혼란의 시기였어요. 그냥 교육만 하는 사람이 아닌 현장과 연대하고 주체적으로 의제를 찾는 '인권 교육 활동가'로 성장하고 싶었는데, 단체 내 팀 활동만으로는 한계가 있더라고요.
공동교육에서 다양한 현장의 활동가들을 만나며 활동가로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어요. 나중에 보니 저와 같은 이유로 교육을 신청한 분들이 많았어요. 규모가 작은 단체일수록 다른 영역 활동가와 교류하는 장이 더 필요했던 것 같아요."
"인권활동가라는 정체성을 찾았어요"